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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선종[5]/ 2025년 4월 21일 본문
○ 보름뒤 ‘콘클라베(Conclave)’… 아시아-아프리카계 교황 첫 선출 가능성도
|파롤린 국무원장 유력후보로 거론… 보수 대표 에르되 추기경도 물망
|아시아권 유흥식 추기경 후보군
|건물 봉쇄후 투표, 선출땐 흰 연기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24일 교황청 성직자부 청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간의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추기경단의 비밀투표인 ‘콘클라베(Conclave·자물쇠가 채워진 방이란 뜻의 라틴어)’를 통해 차기 교황이 선출된다. 콘클라베는 통상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치러진다. 투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 135명이 바티칸 교황청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를 열게 된다.
외신에선 유럽계 혹은 비(非)유럽계, 교리적 차원에서 보수파 혹은 개혁파로 구분해 차기 교황 후보군을 거론하고 있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신지(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나 성향(개혁성)이 파격적이었던 만큼 차기 교황도 예상치 못한 인물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최측근 국무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
로이터통신, CNN 등 주요 외신들이 거론하는 차기 교황 후보는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70)이다. 국무원장은 바티칸에서 교황 다음의 2인자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가톨릭 내 개혁파와 보수파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짚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 인권 등 국제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다만, 파롤린 원장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점은 최근의 다양성 추세에 비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 등 비이탈리아계가 많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선출된 비유럽 출신 교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 성향의 인물이 차기 교황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의 가톨릭 전문지 가톨릭헤럴드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중 교내 보수파를 대표한 헝가리 출신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73)을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이혼 또는 재혼한 신자들이 성찬을 받는 데 반대해 왔다.
●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등 물망
차기 교황 선출권을 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의 거의 절반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놓인 남반구 출신이다. 최근 가톨릭의 교세가 유럽보다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에서 더 강하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따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65)과 가나 출신 피터 코드워 아피아 턱슨 추기경(76) 등이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아메리카 대륙에선 미국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인 레이먼드 리오 버크 추기경(77)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시아 출신 추기경들도 잠재 후보다. 지난해 12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74)을 후보군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의 가톨릭 교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어서 선출 가능성도 다소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가톨릭 신자가 8000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개혁 성향인 그는 2013년 콘클라베 때도 교황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 3분의 2 이상 지지 얻어야
영화 ‘콘클라베’에서 교황이 서거하자 ‘어부의 반지’를 부수는 장면./ 디스테이션
어부의 반지(이탈리아어: Anello Piscatorio)는 교황이 사용하는 반지 형태로 된 인장으로 사실상 바티칸의 국새이며, 삼중관이나 세디아 제스타토리아처럼 교황의 상징물이다. 초대 교황인 베드로가 어부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 후계자인 역대 교황들이 사용하는 인장이 '어부의 반지'로 불리게 되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직후 장례 준비에 착수했다. 장례 절차는 교황의 비서 격인 궁내원장이 교황의 상징물 중 하나인 ‘어부의 반지’를 파기함으로써 시작된다. 교황청에는 조기가 게양되고, 교황의 유해는 일정 기간 바티칸 내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된다.
9일간의 장례가 마무리된 뒤 열리는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안에 열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추기경 252명 중 교황 선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현재 135명이다. 한국인 추기경의 경우 염수정 추기경(82)은 투표권이 없고, 유흥식 추기경은 투표가 가능하다.
교화이 선출 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는 성 시스티나 성당 굴뚝의 하얀 연기./ AP 연합뉴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들이 모인 건물의 청동문이 봉쇄되고 모든 문과 창문도 납으로 봉인된다. 콘클라베 중에는 의사와 요리사, 지원 업무를 맡은 소수의 수녀 외에는 누구도 추기경들과 소통할 수 없다. 투표 과정에서 교황 선출에 실패했을 때는 젖은 밀짚을 태워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게 한다. 반면 교황이 선출되면 마른 밀짚과 투표 용지를 같이 태워 흰 연기를 내보내게 된다.
투표는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 각자가 적합하다고 보는 사람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콘클라베 참석자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추기경이 교황직을 수락하면 새 교황이 탄생하게 된다.
새 교황은 ‘눈물의 방’으로 불리는 시스티나 성당 내 성구실로 이동해 교황명을 직접 정한다. 이후 예복으로 갈아입고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와 대중과 만난다. 교황청 관계자들과 대중은 이때 라틴어로 ‘교황이 나셨다’를 의미하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외친다.
✺ 교황 어록…“강론은 8분 내로” “교회는 야전병원” “마피아 파문됐다”
● “미사 중에 진행되는 사제의 강론은 8분을 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집중력을 잃고 잠이 들고 마니까요. 사제는 때때로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2024년 6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례한 알현 중)
● “이것은 전쟁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폭격을 가하는 것은 ‘잔학 행위’일 뿐입니다. 마음에 와닿기 때문에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2024년 12월 바티칸에서 진행한 크리스마스 연례 연설 중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며)
● “제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여러분의 신앙을 희석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오렌지나 사과, 바나나를 희석한 주스를 마십니다. 하지만 희석된 상태의 신앙을 마시지는 마십시오. 신앙은 여러분이 희석하는 다른 것과는 달리 전부이며 완전해야 합니다.”(2013년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청년대회 중)
● “마피아처럼 악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신과 교감하지 않습니다. 마피아 단원들은 파문됐습니다.”(2014년 6월 이탈리아 범죄집단 마피아의 한 파벌인 ‘은드란게타’의 본거지 칼라브리아주에서 연 미사에서)
● “돈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게 아니라 지배하는,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에 대해서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합시다. 이러한 경제는 우리 모두를 죽입니다. 이러한 경제는 우리를 배제합니다. 이러한 경제는 우리의 어머니인 지구를 파괴합니다.”(2015년 7월 9일 볼리비아에서 열린 민중운동세계대회 메시지 중)
● “이민자들은 가난, 기아, 착취에서 벗어나고,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하는 이 지구 자원의 불공정한 분배에서 벗어나 보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나서는 우리의 형제자매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눌 올바르고 떳떳한 행복을 얻고자 하지 않습니까?”(2016년 4월 ‘세계 이민의 날’ 담화 중)
● “교회는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병원입니다. 심각하게 다친 사람에게 콜레스테롤이 높은가, 혈당치가 어떤지 물어보는 일은 쓸모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가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나서야 나머지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2013년 8월 언론 인터뷰 중)
●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과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부정하고 숨기고 은폐하려고 해도 기후 위기의 징후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희망이 없다는 식의 태도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기후 위기의 영향에 노출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자살행위입니다.”(2023년 10월 발표한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중)
●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며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습니다. 모든 시민권은 생명권이라는 가장 우선적이며 궁극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것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생명권은 경제, 이념을 비롯한 어떤 조건에서도 종속되지 않습니다.”(2014년 4월 이탈리아 프로라이프 캠페인 중에서)
● “민간인에 대한 폭격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병원이 파괴되고 한 국가의 에너지망이 공격받아 아이들이 얼어 죽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2025년 1월 바티칸에서 열린 주교황청 외교사절 신년교례회에서)
2021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 아르빌의 프란소 하리리 스타디움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가톨릭은 ‘선종’, 개신교 ‘소천’, 불교는 ‘입적’…종교마다 다른 죽음 용어
가톨릭에서 죽음을 가리키는 말 ‘선종(善終)’은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이다.
이탈리아 선교사 로벨리가 1652년 베이징에서 간행한 한문 교리서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에 들어 있는 말로, ‘선생복종정로’는 일상생활에서 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착하게 살다가 복된 죽음을 맞는 길이란 뜻이다.
2005년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임종했을 때,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큰 인물의 타계 시 일반적으로 쓰는 ‘서거(逝去)’라는 표현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선종’을 쓰기로 했다.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 2022년 12월 베네딕토 16세 때도 ‘선종’이란 용어를 썼다.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라는 뜻의 ‘소천(召天)’이란 말을 쓴다.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용어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용한 지가 오래돼 개신교계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용어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이르는 용어로 ‘열반(涅槃)’이나 ‘입적(入寂)’을 쓴다. 둘 다 '일체의 번뇌에서 벗어나 완벽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석가모니와 고승의 죽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원불교는 열반을 주로 쓴다.
민족종교인 천도교에서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라는 의미의 ‘환원(還元)’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출처: 동아일보 2025년 04월 22일(화) 정봉오 기자/ 이진구 기자/ 최지선 기자/ 김보라 기자/ 홍정수 기자/
사지원 기자/ 바티칸·로마=조은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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