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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선종[1]/ 2025년 4월 21일 본문
2013년부터 세계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현지 시간) 선종(善終)했다.
지난해 11월 20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수요 일반 알현(weekly general audience)을 마친 뒤
신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AP 뉴시스
“무덤은 장식 없이, 묘비엔 프란치스코 이름만 써달라”
세계서 모인 신도 “낮은 자세 그리워”
“무덤은 땅속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21일(현지 시간) 88세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지 ‘프란치스코(Franciscus)’라는 이름만 (무덤에) 남겨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교황청이 이날 밝혔다. 또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St. Peter's Basilica)이 아닌 바티칸 외부의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묻어 달라”고도 했다. 평소 청빈한 삶을 살아온 교황이 조용하고 검소한 장례를 강조하며 마지막까지도 낮은 자세로 임한 것이다. 남기고 싶은 말이 많았을 법하지만 유언은 12개 문장으로 끝났다.
목관에 안치된 교황, 마지막까지 소탈 영면에 든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 21일(현지 시간) 공개됐다. 흰색 교황관을 쓰고 붉은 제의를 입은 교황의 시신은 생전 거처였던 바티칸 산타 마르타의 집에 마련된 목관에 안치됐다. 대부분의 전임 교황들은 편백나무, 납, 참나무로 된 3중관에 묻혔지만 평생 소박함을 강조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식 없는 간소한 목관에 안치됐다. 바티칸=AP 뉴시스
21일(현지 시간)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거주하던 산타 마르타(Santa Marta)의 집 문을 봉인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22일 서울 중구 명동 대성당에서 신자들이 교황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황은 2022년 6월 29일 생전 거주지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작성한 유언에서 “지상에서의 삶의 황혼이 다가옴을 느끼며 영원한 삶에 대한 확고한 희망을 갖고, 매장 장소에 대한 제 마지막 소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매장지를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택한 데 대해 “평생 사제와 주교로 사목하는 동안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성모 마리아께 저 자신을 맡겨 왔다. 마지막 지상 여정이 이 고대의 마리아 성지에서 끝나길 바란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재임 동안에만 100차례 이상 이 성당을 방문할 만큼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교황은 첨부된 도면을 언급하며 “바오로 경당과 스포르차 경당 사이의 측면 통로에 있는 틈새에 매장을 준비해 주시길 요청한다”며 세부 장소까지 지정했다. 또 “무덤 조성에 드는 비용은 한 후원자가 제공한 금액으로 충당한다”며 장례비도 직접 챙겼다.
마지막은 “제 인생 마지막을 장식한 고통을 세상의 평화와 민족 간의 형제애를 위해 주님께 바친다”는 기도로 맺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종식과 평화를 하느님께 빈 것이다.
로마의 아고스티노 제멜리 폴리클리닉 창문에 나타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
2025.04.21 바티칸시국=AP 뉴시스
교황 “광장으로 다시 데려와줘 고마워요” 선종 전날 간병인에 인사
“나를 광장으로 다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기 전날인 20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신자들을 만난 뒤 자신의 건강관리 보좌관이자 간병인인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에게 건넨 말이다. 22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마지막 하루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부활절 축복 메시지를 전한 뒤 바로 앞 광장에 모인 5만여 명의 신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폐렴으로 37일간 치료 후 퇴원한 교황은 평소보다 지친 얼굴이었지만 전용차인 ‘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을 돌며 손을 흔들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한 교황은 아기를 보자 차를 세워 손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교황은 광장에서 신자들을 만날지를 놓고 잠시 망설였다고 한다. 체력이 받쳐 줄지 의문이었고, 의료진은 최소 두 달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교황은 스트라페티에게 “해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그는 교황을 격려했다고 한다. 광장에서 신자들을 만난 뒤 교황은 피곤해했지만 만족하면서 스트라페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교황청은 “(교황의 광장 방문은) 신자들 가운데 있고자 하는 깊은 소망과, 자신의 교황직의 상징이 된 인간적 유대감을 누리고자 하는 깊은 열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페티는 2022년부터 교황의 개인 간병인에 임명된 남성 간호사다. 그는 교황을 24시간 밀착 간호해 왔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21일 오전 5시 반경 급작스러운 뇌졸중 증후를 보였고, 약 1시간 후 스트라페티에게 작별하듯 손 인사를 한 뒤 혼수 상태에 빠졌다. 교황청은 “교황은 고통받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밝혔다.
23일(현지 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궁무처장 케빈 조셉 패럴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 주위에 향을 뿌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사흘간 대성당에 안치돼 일반 신자들의 조문을 받는다. 2025.04.23 바티칸시국=AP 뉴시스
⊙ ‘가난 서약’ 무보수로 일한 교황, 단돈 100달러 남기고 떠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재산이 100달러(약 14만 원)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추기경의 월급은 4700~5900달러(671만~843만 원) 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교황에 즉위한 뒤 월급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무보수로 일했다. 예수회 출신 성직자로서 평생 청빈한 삶을 살겠다는 ‘가난 서약’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에서 가난한 이웃을 위해 헌신했다. 2001년 추기경에 서임된 후에도 작은 아파트에 살며 추기경에게 배정된 고급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검소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초로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을 사용한 것에서도 교황의 성품이 드러난다. ‘가난한 자의 성자’로 불리는 이탈리아 아시시 출신의 프란치스코(1182~1226)의 이름을 따 교황명을 지었다. 바오로, 베네딕토 등 전임 교황들이 많이 사용하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소외된 이웃을 잊지 않기 위해 프란치스코란 교황명을 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이 된 뒤에도 바티칸 내 전용 숙소 대신 교황청 사제들의 기숙사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거주했다. 또 교황의 상징인 금 십자가 대신 낡은 십자가를 착용했고, 교황을 상징하는 빨간 구두 대신 검은 구두를 신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국빈용 고급 의전차량이 아닌 기아의 ‘소울’ 차량을 이용해 화제가 됐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은 26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5시) 바디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 단장이 집전하는 가운데 바디칸에서 열린다고 22일 거행 된다고 밝혔다. 그는 교황의 묘지로 알려진 성베드로 성당이 아닌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교황과 작별 슬프지만, 그분의 사랑 느끼는 기쁨도 나눠”... 신자 2만여명 운구 행렬 지켜봐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해가 안치된 관이 23일(현지 시간) 성베드로 대성당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교황의 시신은 사흘간 대성당에 안치돼 일반 신자들의 조문을 받는다. 2025.04.23. 바티칸시국=AP/뉴시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애도 인파’ 23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약 2만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추기경단과 스위스 근위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이날 생전 거처였던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진 교황 시신은 사흘간 일반에 공개돼 조문을 받게 된다. 바티칸=AP 뉴시스
● 눈물보다 미소로 작별 준비... “소박하고 밝은 교황에 위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 23일 안치된 교황의 시신에 경의와 추모를 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추기경들의 모습. 이중 한 명이 다음 달 5일에서 10일 사이 열리는 콘클라베에서 차기 교황이 선출된다. /EPA 연합뉴스
‘금녀(禁女)’ 관례 깨고 수녀가 교황 관 앞에… 절친의 마지막 인사
22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십자가와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을 든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다. 바티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을 오는 26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5시)에 거행하기로 하고, 교황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지는 23일부터 일반 신자들의 공개 조문을 받기로 했다. 2025.04.23. 바티칸=AP/뉴시스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평신도들이 23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해가 안치된 관이 사제들의 행렬을 따라 성베도로 대성당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5.04.23. 바티칸시티=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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