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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의 작품세계 - 행려풍속도(行旅風俗圖屛)외 1 본문

박물관 이야기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의 작품세계 - 행려풍속도(行旅風俗圖屛)외 1

불꽃緝熙 2020. 4. 16. 19:37

      

● 행려풍속도(行旅風俗圖屛)란 선비가 세속을 유람하면서 풍류객의 눈에 비친 양반, 서민들의 세태 풍속을 담은 일종의 풍속화로 주인공은 대개 나귀를 타고 가는 선비로 등장한다. 1778년 김홍도(金弘道,1745-1816 이후)의 나이 서른 넷에 강희언(姜熙彦, 1738~1782년경)의 집 담졸헌(澹拙軒)에서 그린 것으로 산천을 유람하는 풍류과객이 지방의 풍속을 취재하듯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다. 각 폭의 위쪽에는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이 이례적으로 그림마다 익살스런 그림평을 달아 놓았다. 산수인물화 형식의 이 그림은 대장간, 강변, 벼타작 장면등 다양한 세상살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로 90.9cm, 가로 42.7cm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이다.

행려풍속도 제1폭 <파안흥취 破鞍興趣> ‘해진 안장에 비루먹은 말 타고 가는 나그네 행색이 심히 초라하건만 무슨 흥취가 있다고 목화 따는 시골 아낙네를 쳐다보는고?’

행려풍속도 제2폭 <노상풍정 路上風情> '소 등에 올라탄 시골 노파를 나그네가 말고삐를 느슨히 하고 응시하는가. 순간적인 광경이 웃음을 자아내네.'

행려풍속도 제3폭 <타도락취 打稻樂趣> '벼타작 소리 들리는데 탁주는 항아리에 그득, 수확을 지켜보는 이 또한 재미있어 보이네.'

행려풍속도 제4폭 <과교경객 過橋驚客> '다리 아래 물새는 당나귀 발굽소리에 놀라고 당나귀는 날으는 물새에 놀라네. 사람은 당나귀가 놀라는 것을 보고 놀라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 입신의 경지에 들어갔다.'

행려풍속도 제5폭 <매염파행 賣鹽婆行> ‘밤게.새우.소금으로 광주리와 항아리에 그득 채워 포구에서 새벽에 출발한다. 해오라기 놀라서 날고 한 번 펼쳐보니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듯하다.’

시골 아낙네들이 아이를 업고 생선을 머리에 이고서 시장에 가는 모습이 그 삶의 질퍽함까지 그려지며 정겹다. 김홍도 그림의 최고의 예술적 가치는 이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그림은 사람의 온기와 정이 흐른다.

행려풍속도 제6폭 <진두대주 津頭待舟> '백사장 머리에 나귀를 세워 놓고 사공을 부르네, 나그네 두세 사람 같이 서서 기다리는 강가의 풍경이 눈앞에 완연하다.'

행려풍속도 제7폭 <노변치려 路邊治鑢> '논에서 해오라기 날고 높은 버드나무에 시원한 바람불고 풀무간에서 쇠를 두드리고, 나그네는 밥을 사먹는데 시골주막의 쓸쓸한 관경이나 오히려 한가로운 맛이 드네.'

행려풍속도 제8폭 <취중송사 醉中訟事> ‘물품을 공급하는 이들이 각기 자기 물건을 들고 가마의 앞뒤에 있으니 태수의 행색은 초라하지 않다. 시골사람이 나서서 진정을 올리고 형리가 판결문을 쓰는데 술 취한 가운데 부르고 쓰는데 오판이나 없을런지'

표암과 단원은 호랑이 그림을 합작해 그리는 등 신분을 초월한 스승과 동료의 인연으로 30년 이상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노년에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단원을 ‘그림의 모든 분야에서 묘품을 보인 신필’로 격찬했던 표암은 “단원과 관청에서 아침 저녁으로 같이 거처했으며 나중에는 예술계에서 나이를 잊고 지내는 벗이 되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강세황은「단원기우일본(檀園記又一本)」에서 김홍도가 조선 400년 만에 파천황(破天荒)적 솜씨라 극찬하고 풍속에 크게 뛰어남을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그가 즐겨 그린 길거리ㆍ나룻터ㆍ가게ㆍ놀이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히고 있다. 이는 강세황 자신의 풍속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한데, 김홍도가 풍속화에만 뛰어난 것이 아님을 이에 앞서「단원기(檀園記)」에서 고금의 화가들이 한 가지만을 잘하고 여러 가지를 다 잘 하지는 못하나 김홍도만은 모든 분야에 능함(妙品)을 천명하고 있다. 일반에게 잘 알려지기는《단원풍속도첩》이나, 화면에 제작연도 및 강세황의 화평 그리고 한 세트를 이루고 있는 점 등에서 회화사적 의의가 자못 큰 그림이 바로 <행려풍속도>이다. 김홍도가 34세 때는《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등을 남기는 등 활동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낱장씩 전해온 것으로 최근 병풍으로 하였는데 순서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겠다. 매 폭마다 강세황이 그림의 내용을 간파한 화평이 있어 감상에 도움을 준다. <취중송사(醉中訟事)>는 <평생도>에서도 엿볼 수 있는 구도이며, 대장간ㆍ타작ㆍ노상과안 등《풍속도첩》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아울러 이 그림에 등장된 소재들은 여러 풍속화 병풍에 있어 견본격적인 내용이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상사를 따뜻한 시각으로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에서 김홍도의 천재성이 빛난다 하겠다.

- 풍속화(風俗圖), 조선시대, 종이, 세로 76cm, 가로 39cm, 국립중앙박물관. -

●  풍속화(風俗圖), 다른 이름은 야연(野宴), 가두매점(假頭買占), 사계풍속도(四季風俗圖), 고기굽기이다. 시정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일상을 여러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풍속화로 본래 병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풍속 장면에 기방, 나들이 등 유흥의 소재가 많아진 것은 후대의 양상이다. 8폭 중 현재 4점이 전시된 이 작품은 프랑스 국립 기메동양박물관 소장 김홍도金弘道(1745~1806 이후) 전칭의 <사계풍속도四季風俗圖>와 내용과 구성이 유사하다. 백성들이 고관의 행차에 다가가 소송을 제기하는 장면, 길거리에 기녀와 사당패 놀이가 등장하는 장면, 가을날 단풍놀이를 하는 여인들, 겨울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일상 등 조선 후기 향락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풍속 장면에 집중하여 인물을 그리고 채색하였다.

정해진 도상圖像을 따라 그린 그림으로 화가畵家의 개성적個性的 표현表現이나 독창성獨創性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시정 사람들의 일상적日常的 생활상生活相을 보여준다.

김홍도 필 풍속도(金弘道筆風俗圖)

김홍도 필 풍속도(金弘道筆風俗圖), 김홍도(金弘道, 1745-1816 이후), 세로 121.8cm, 가로 39.4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정보/ 이영일, 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