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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사진편지 제3023호(작가 한강_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24/10/12/토) 본문
한밤의 사진편지 제3023호 ('24/10/1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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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노벨 문학상 탄생 /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을 쓴 작가 '한강']
한국작가 첫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54) / “시적 현대 산문의 혁신가”
“놀랐고 영광, 한국독자-동료 작가들에 좋은 소식이었으면”
*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등 받아… 2019년 인촌상 수상자 *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
◆ 한국 작가 첫 노벨 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작가로는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며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
한강은 한림원이 공개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정말 감사하다.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라며 “한국 독자들,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제33회 인촌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오는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와 5·18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년),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 (2011년) 등의 작품을 썼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크로나 (약 14억3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 “시적 현대 산문의 혁신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예측하는 사람은 적었다. 10일 오후 8시,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도 “멍해질 정도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본인에게 확인해 봐야겠다.”며 몇 차례나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1998년 출간된 ‘검은 사슴’에서는 한낮에 도심을 알몸으로 달음박질하는 여자와 그녀를 찾아 오지를 헤매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내 여자의 열매’(창비·2000년), ‘그대의 차가운 손’(문학과지성사·2002년) 등을 거치며 특유의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색깔을 확립했다.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처음 게재된 중편소설로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려고 육식을 멀리하고,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소설집이다. 2015년 미국, 영국에 번역 출간 된 직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이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채식주의자’가 폭력이란 보편적 주제를 한강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냈다고 평한다.
한 작가는 1987년 47세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러시아 출생 미국인 조지프 브로드스키 이후 역대 가장 젊은 수상자다. 올해로 등단 31년이 된 그가 작가로는 이른 나이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그의 소설이 문화의 벽을 뛰어 넘어 독자들에게 신선하되 보편적인 체험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는 음지에서 한국문학 세계화에 힘을 발휘한 번역도 작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가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 ‘채식주의자’는 민간 문화재단의 번역 지원을 통해 영국에서 출판되었다. 한국문학이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세계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부족한 번역 인프라 탓이 크다고 하겠다.
한 작가는 “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의 수상 소식에 감정이 벅차오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던 10일 오후 한강 작가는 자택이 있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동에서 여느 때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했던 저녁 식사를 막 끝내던 참이었다.
작가는 이날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 지지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다.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뉴스가 한국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 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할 것이냐란 질문에 “통화 후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하였다.
가장 영감을 준 작가에 대한 질문에는 “어릴 때부터 봤던 많은 작가들이 영감이 됐고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 작가 린드그렌이 그중 한 명인데 그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어릴 때 좋아했고 인간에 대한 내 질문을 그 작품과 연관시킬 수 있었다”고 답했다. 자신의 작품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가장 좋아하며 “모든 작가들은 가장 최근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 편집 : 西湖 李璟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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