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궁궐지킴이

어진 임금의 선정 나타나는 상서로운 새, ‘오동나무 아래 봉황(梧桐鳳凰圖)’ 본문

박물관 이야기

어진 임금의 선정 나타나는 상서로운 새, ‘오동나무 아래 봉황(梧桐鳳凰圖)’

불꽃緝熙 2024. 1. 14. 20:23

오동나무 아래 봉황(梧桐鳳凰圖), 한국 1921년, 絹本彩色,

오일영(1890-1960), 221.9×91.2cm, 구 10449, 국립중앙박물관.

 

봉황(鳳凰)은 어진 임금인 선정을 베푸는 태평성대에만 나타나는 상서로운 새로, 이상적인 군주를 상징한다. 또 대나무 열매만 먹고 오동나무 위에서만 둥지를 튼다고 전해 청렴, 고결함을 뜻한다. 앞쪽 봉황은 고개를 숙인 채 꽁지깃을 힘껏 펼치고 있는데 녹색, 연보라색, 노란색, 갈색 등 갖가지 색의 화려한 깃털 표현이 돋보인다. 정교하게 채색한 봉황 표현과 화면의 글로 미루어 뭇 새의 왕인 봉황의 상서로운 상징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오일영은 이 그림을 제작하기 일 년 전에 창덕궁 대조전 대청 동쪽 침실 문 위쪽의 공간을 꾸민 대규모의 〈봉황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棲跡依丹穴 尊爲百鳥王(서적의단혈 존위백조왕)

단혈丹穴,

전설에 전하는 지명에 깃들며,

모든 새의 왕이 되었다.

 

九苞昭聖瑞 五色備文章(구포소성서 오색비문장)

구포九苞,

봉황의 아홉 가지 특징은 상서로움 밝히고,

오색은 문장을 갖췄다.

 

屢向春臺側 頻過洛水陽(루향춘대측 빈과락수양 )

자주 추대春臺,

예부禮部의 별칭를 향하고,

곧잘 낙수洛水를 지난다.

 

鳴岐今日見 阿閣佇來翔(명기금일견 아각저래상)

‘기산岐山,

주周나라의 발상지에서의 울음’을 오늘 보았거니,

아각阿閣,

봉황이 노닌 누각에서 춤을 추고 있다.

 

辛酉 仲春 靜齋 吳一英

신유년 1921년 중춘仲春, 2월에 정재 오일영.

 

* 인문: 「초초불공艸艸不工」, 「오일영인吳一英印」,

「정재靜齋」(오일영의 호)

오동봉황도(梧桐鳳凰圖)를 세심히 뜯어 볼 수록 이 작품에 쏟았을 화가의 공력에 끊임없이 감탄하게 되는 정재 오일영의 대작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봉황의 표현이다. 세밀한 깃털의 묘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색채를 조화롭게 사용해 봉황의 화려함과 상서로움을 효과적으로 드러냈고, 자연스러운 음영을 가해 생동감이 넘친다. 주변을 채운 경물 표현에도 소홀히 하지 않아 전체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렸으며, 모란과 나리꽃의 꽃술, 오동나무의 질감과 갈변된 이파리의 끝 부분까지 포착해 작품의 사실성을 극대화 했다. 뛰어난 작품성과 크기, 그리고 완성도 면에서 가히 압권이라 평할만한 작품이다.

 

정재는 묵로 이용우(墨鷺 李用雨, 1902-1952)와 함께 1920년 창덕궁 대조전 동벽에 봉황도 부벽화를 제작한 일이 있었는데, 소재나 구도, 그리고 표현법에서 출품작과 제법 유사하다. 정재와 묵로가 역할을 어떻게 분담하여 그렸는지 알 수 없지만, 봉황의 자세와 깃털 표현 등이 비슷해 눈여겨 볼만하다. 출품작에는 1921년 2월이라는 기년을 남겼으므로 부벽화를 제작한 직후에 완성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을 연달아 짧은 시간 내에 완성시켰다는 것은 당시 정재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화업에 임했는지를 대변한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 정보》, 《Daum, Naver 지식백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