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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사진편지 제2868호(일본 침몰(日本沈沒) '22/01/18/화) 본문
한밤의 사진편지 제2868호 ('22/0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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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침몰(日本沈沒)』의 원작은 고마쓰 사쿄가 1973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일본의 침몰이라는 스펙터클과 위기에 처한 인간의 의지에만 집중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전체의 ‘침몰’을 직시하는 뛰어난 소설이고 만화이며, 영화라 하겠다.
유력 주간지 “부유층의 재산 해외 도피 가속화” "부유층이 일본을 버리기 시작했다” ...日 언론의 ‘일본 몰락 가속화’ 경고
코로나로 드러난 ‘디지털 후진국’ 민낯...‘7중고’ 심화
▲ 부동산 거품이 꺼진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경제 침체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을 겪었다. 지난 2006년 6월 일본 열도가 가라앉는 재난 영화 ‘일본 침몰’ 홍보 문구가 걸린 건물 앞을 걸어가는 남성의 모습에서도 불황을 엿볼 수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의 부유층이) 몸은 일본에 있으면서 재산의 해외 도피를 가속화하고 있다. 위기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일본 침몰’에 동참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유력 경제주간지 ‘슈칸(週刊)다이아몬드’는 1월 15일자 최신호에서 ‘일본을 버리기 시작한 부유층…몰락 일본을 덮친 7중고’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스즈키 다카히사 슈칸다이아몬드 부편집장이 쓴 이 기사는 “일본의 국제적 위상은 경제 성장률, 주가 상승률, 교육 환경, 엔화 구매력, 재정 건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추락하고 있다”며 “부유층을 비롯하여 정보에 민감한 사람들이 이런 일본을 버리기 시작했다”고 첫 문장을 시작했다. 기사는 ‘세계가 놀라워하는 일본’과 같이 일본을 예찬하는 외국서적이나 TV프로 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을 언급하고 “이는 일본인이 세계 속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일본 예찬 붐에 취해있을 수 없을 만큼 ‘일본 침몰’의 현실에 직면하여 있다. 현재의 일본을 보여준 거울이 된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정부지원금을 둘러싼 혼란, 원격근무 를 할 수 없는 직장 환경 등 ‘디지털 후진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본은 지금 ‘7중고’에 격침되고 있다.”
▲ ‘슈칸(週刊)다이아몬드’ 1월 15일자에 실린 ‘일본을 버리기 시작한 부유층 …몰락 일본을 덮친 7중고’ 특집기사. [인터넷 화면 캡처]
스즈키 부편집장은 일본을 둘러싼 7개 난국으로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 국민의 일본 주식시장 이탈, 후진적 교육환경 등을 들었다. 그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에 나선 가운데 일본은 경제 회복 세에서 다른 나라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서서히 평상시 모드로 이행하면서 무제한 재정 확대를 중단하려 한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가 세계 최악인데도 재정의 팽창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경제회복세가 미약하다.” 이런 상황은 증시에도 반영 되고 있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코로나19의 와중에도 호황을 거듭했지만, 일본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으로부터 빠져나갔다.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최근 5년간 3배 가까이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닛케이 평균은 57% 오르는 데 그쳤다.
구름에 덮인 일본의 후지산
기사는 최근 ‘교육후진국’의 현실도 부각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세계 72개 국가·지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일본은 인터넷, 컴퓨터 사용 등을 포함한 대부분 항목에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학교 밖에서 주 1~2회 이상 컴퓨터를 사용, 숙제를 한다’는 응답 비율 은 미국, 영국 등 구미는 대체로 67% 이상, 한국 등 동아시아지역은 50% 이상이 지만, 일본은 9%에 불과해 다른 지역과 큰 격차를 보이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스즈키 부편집장은 “부유층을 비롯해 정보 민감도가 높은 사람들은 해외투자를 가속화하는 등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는 가운데서도 일본을 저버리고 있다. 지금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일본 침몰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일본침몰(日本沈沒) 『일본침몰(日本沈沒)』의 원작은 고마쓰 사쿄가 1973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당시 400만부가 팔리는 엄청난 베스트셀러였고 영화(1973), 드라마(1974) 등으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영화 『일본침몰』은 2006년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당시 사이토 다카오가 그린 만화가 출간되었다. 2006년, 새로운 『일본침몰』 영화 제작과 함께 이시키 도키히코가 그린 『일본침몰』이 ‘빅 코믹 스피리츠’에 연재를 시작했다. 이처럼 베스트셀러가 되고 인기를 끈 것도 현실적인 공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일본침몰』은 일본 열도 자체가 가라앉아 버린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보여준다. 일본인에게 일본침몰이라는 사건은 황당한 판타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가능한 현실의 위협으로 느껴진다. 현실의 두려움을 영화로 보며 조금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한편으론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침몰』이 인기를 끈 이유는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라 하겠다.
『일본침몰』의 작가는 지금의 일본이 바로 그런 위기의 상황이라 본다. 나라가 침몰하고 있고, 민주주의는 사라져 가고, 사회 시스템도 뒤틀리기 시작했다면 이는 분명 국가 위기상황이라 하겠다. ‘민주주의 국가 붕괴는, 나라의 주인공인 국민이 국민으로서의 중책을 귀찮게 여기고, 포기한 순간부터 위기상황은 시작 되는 것이다.’ 『일본침몰』은 현대 국가의 위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확대되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미국,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국토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미 한국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사회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는 것 으로 보여진다. 『일본침몰』은 단지 일본의 침몰이라는 스펙터클과 위기에 처한 인간의 의지에만 집중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전체의 ‘침몰’을 직시하는 뛰어난 만화이고 소설이며, 영화라 하겠다.
* 편집 : 西湖 李璟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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