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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1-한밤의 사진편지 제2821호 ('김정희의 난맹첩蘭盟帖'20/10/11/일) 본문

한밤의 사진편지

2821-한밤의 사진편지 제2821호 ('김정희의 난맹첩蘭盟帖'20/10/11/일)

불꽃緝熙 2020. 10. 11. 13:56

 

 

한밤의 사진편지 제2821호 ('20/10/11/일)

[한사모' 공식 카페] - '한밤의 사진편지 romantic w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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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文化散策] 묵란墨蘭의 모범


* 김정희 필 난맹첩 (金正喜 筆 蘭盟帖) *

 

"그림 그리는 법을 피하고 글씨 쓰는 법을 따라야 한다."

 

- 보물 제1983호, 조선 1830~1840년, 종이에 먹,

22.8x27.0cm(상권 표지), 23.4x27.6cm(하권 표지),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

 

첨부이미지

 

-< 김정희 필 난맹첩 (金正喜 筆 蘭盟帖), 보물 제1983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예로부터 선비들은 난초를 친다는 말을 하였을 정도로

난초는 그리는[畵] 대상이 아니라 쓰는[寫] 대상이었습니다.


"잎은 가지런한 것을 피하고 세 번 굴려야 신묘해진다."는 것을 난을 치는

비결이라 하였습니다. 세 번 굴린다는 것은 난잎을 그릴 때 붓을 누르고 떼기를

서너번 반복하면서 난잎의 두껍고 가늚을 조절하는 삼전법을 말합니다.

이 방법을 쓰면 난잎에 변화를 주어 운율감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획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필력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정희도 난을 표현할 때 그림 그리는 법을 피하고 글씨 쓰는 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실현한 난초 그림이 <김정희 필 난맹첩>입니다.

<김정희 필 난맹첩>은 김정희(1786~1856)의 묵란화墨蘭畵와 글이

수록된 서화첩으로 상첩上帖과 하첩下帖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정희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으며, 이 서화첩에는 그가 추구한

난 치는 법의 연원과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가치가 매우 높으며

이후 여러 화가에게 난맹첩은 묵란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 나무 재질로 된 상첩 표지에 '난맹 소장로각이 제하다蘭盟 小長盧閣題'라고 적혀 있고

              하첩 표지에 '난맹이학蘭盟二鶴'이라고 새겨져 있어 "난맹첩蘭盟帖"으로 불립니다.


 

-< 적설만산 積雪滿山, 상권 제3면, 종이에 먹, 22.9x27.0cm>-

 

첨부이미지

 

김정희가 터득한 난법의 요체를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꽃대 하나에 한 송이 꽃만 피는 단엽의 춘란을 서예의 법식으로 강인하면서도

담백하게 표현했습니다. 난잎은 짙은 먹의 붓을 급히 눌렀다가 짧게 뽑는

방법으로 흩어져 일부가 빠져 없어진 것처럼 배치한 반면, 꽃잎은 엷은 담묵의

삐침과 점으로 간략하게 나타내었습니다. 또한 화면 구성 방식이 탁월한데,

난초 아래에 글을 적어서 마치 난 아래에 깔린 흙이나 바위를 연상시킵니다.


              * 積雪滿山 江氷欄干 指下春風 乃見天心. 居士題.

              * 쌓인 눈이 산을 덮고 강 얼음이 난간을 이루나,

                손가락 끝에 봄바람이 이니, 이에 하늘의 뜻를 알다.

                - 거사가 쓰다.


 

-< 운봉천녀 雲峰天女, 상권 제6면, 종이에 먹, 22.9x27.0cm>-

 

 

소담스럽게 꽃이 피어 있는 난초가 5월 훈풍에 나부끼는 듯

잎과 꽃이 모두 왼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난잎을 길게 눌러 가다가

잠시 붓을 들고 다시 길게 눌러 나가는 방식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난초의 부드러운 모양새와 어울리게 유연한 행서체로 글을 썼습니다.

시서화詩書畵의 조화를 꾀한 김정희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 昨日天女下雲峰 帶得花枝濾碧空

                世上凡根與凡葉 豈能安頓在基中. 居士

              * 어제 낮 천녀가 운봉에 내리어, 꽃가지 띠 두르고 벽공에 뿌리니.

                세상의 범상한 뿌리와 잎들이, 어찌 그 중에 곱게 끼일까. 거사


 

-< 수식득격 瘦式得格, 상권 제8면, 종이에 먹, 22.9x27.0cm>-

 

 

굵기의 변화없이 가냘픈 선으로 난잎을 표현하는 수식난법은 구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힘을 잃지 않고 균일하게 이어나가야 하는데,

필선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냘픈 선에 온축된 기세와 탄력을 담아내는 데는 서예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난법으로 김정희가 선호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난초 위의 글은 당시의 서법과는 달리 왼쪽에서 시작하였는데,

이는 난초의 잎이 뻗어가는 방향에 맞춘 것으로 생각됩니다.


              * 此爲瘦式  寫蘭之最難得格者.  居士.

              * 이는 가냘프게 치는 법식이니,

                난을 치는 법 중 가장 제 격을 얻기 어려운 것이다. - 거사


 

-< 세외선향 世外僊香, 상권 제11면, 종이에 먹, 22.9x27.0cm>-

 

 

상서로운 풀인 지초芝草와 난초가 함께 향기를 토해내는

지란병분도芝蘭竝芬圖 형식이라고 합니다.

난초는 한 꽃대에 5~6송이의 꽃이 달려 있습니다.


세외선향世外僊香이라는 글씨는 전한(기원전 202~기원 후 8)시기

예서체의 특징이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 世外僊香 居士.

              * 세상 밖 신선의 향기. - 거사


 

-< 산중멱심 山中覓尋, 하권 제3면, 종이에 먹, 23.4x27.6cm>-

 

 

화면 오른쪽을 잎과 꽃을 가득 채우고 왼쪽을 휘어 넘길 만큼

무성하게 자라난 떨기 난에 꽃도 넉넉하게 그려넣었습니다.


화면 왼쪽에는 청나라 시서화의 대가 판교 정섭(1693~1765)의

시가 적혀 있습니다. 김정희는 정섭의 속세를 벗어나 자유로운

예술혼에 매료되어 그의 서법과 난법을 수용하였습니다.


              * 山中覓覓復尋尋  覓得紅心與素心.

                欲奇一枝蹉遠道  露寒香冷到如今.

              * 산중에서 찾고 찾고 또 찾아서,  붉은 속 꽃 흰 속 꽃 찾아내었네.

                한 가지 보내련들 길이 멀구나,  이슬 향기 차기가 지금까지 닿고저.


 

-< 이기고의 以寄高意, 하권 제7면, 종이에 먹, 23.4x27.6cm>-

 

 

난초 두 포기가 위아래로 무성하게 자라난 모습입니다.

난잎은 김정희가 선호한 갸날프면서 굵기 변화가 별로 없는

선으로 난잎을 표현하는 수식난법으로 그렸습니다.


여리면서도 강인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그림은

난맹첩 하첩의 마지막 묵란화이며, 화면 왼쪽 하단에 적힌

"以寄高意, 이로써 높은 뜻 붙여 보낸다."라는 글이 뜻하는 바는

김정희가 30년을 고민해서 찾아낸 난을 치는 높은 뜻을

이 첩에 다 담아서 보낸다는 의미로 읽혀진다고 하겠습니다.


              * 以寄高意,

              * 이로써 높은뜻 붙여 보낸다.


첨부이미지

 

* 편집 : 西湖 李璟煥

 

-< 아름다운 연주곡 20곡 2집 / 시인과 나 (The Poet and I)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