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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이야기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불꽃緝熙 2020. 4. 17. 12:20

      

<김홍도金弘道, 포의풍류도>, 종이에 수묵담채, 27.9×37㎝, 개인

「紙窓土壁. 終身布衣. 嘯詠其中/

 흙벽에 종이창 내고 평생 벼슬하지 아니하며 시가詩歌나 읊으며 살아가리」

※ 단원의 수작秀作으로 평가받는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의 화제畵題다.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는 제목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 방건(方巾)을 쓰고 정좌한 채 당비파(唐琵琶)를 켜는 인물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이런 모습은 당시 문인들의 기취(嗜趣)였고, 단원 자신이 꿈꾸었던 풍류의 한 단면이기도 했다.

의관이자 서화 수장가였던 석농石農 김광국金光國의 인장印章 중에 欲藏萬卷異書 終身嘯詠其中(욕장만권이서 종신소영기중: "많은 책, 진귀한 글들을 마련해 놓고 그 가운데서 읊조리며 살아가리")라는 것이 있다. 단원이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의 화제로 삼았던 예의 글귀는 바로 석농石農의 인장에 나오는 위 구절을 슬쩍 변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용이 자전적이어서, 정조대왕의 사후 단원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반듯한 얼굴, 총명한 눈빛, 당비파를 연주하는 앞자리에 생황이 놓여 있어 음악을 극히 애호했다던 일상이 엿보인다. 서책과 두루마리, 완상용 자기와 청동기, 술 든 호리병과 시詩 쓸 파초잎 등이 화가의 인물 됨됨이를 말해준다. 구석의 칼은 선비의 정기正氣를 상징하는 것이다. 사방관을 썼으나 드러난 맨발이 초탈한 심사를 엿보게 하니, 단번에 쓱쓱 그어 댄 소탈한 필선과 꼭 닮았다.

하지만 이 모든 선들은 고도로 훈련된 서예적인 필선이다! 현대 화가들이 넘보지 못하는 단원 예술의 극한이 여기에 있다. 그림은 인격의 표출이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오주석의 한국의 미美(2017, 푸른역사)》/ 이영일, 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