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5일, 일요일, 오후 3시,
올림픽공원역에 회원 42명이 모였습니다.
올림픽공원 걷기는 내 기억으로는
허필수 고문, 박정임, 장주익, 이창조 회원님이 안내했던
낯설지 않은 코스이기에, 제 448회 올림픽공원 주말걷기인
오늘은 가능하면 전에 가지 않았던 곳을 중심으로 코스를 디자인하면서.
가능한 한 그늘진 길 중심으로 안내하기로 하였습니다.
역 주변에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를 하고 있었으며
우리가 모였던 역 지하광장에서 성내천 쪽 길로는 바로 나갈 수가 없어서
오늘 코스는 그 반대쪽의 올림픽홀, 장미정원 쪽을 택했습니다.
그늘진 길을 택하여 걷다가 장미정원 쪽을 보니 인파가 많이 몰려 있어,
올림픽홀 앞에서 장미정원 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조각공원 숲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가을장미 축제(10월 1일~11월 20일)를 앞둔 가을장미 향연과
들꽃마루의 주황색의 황화코스모스 향연을
못보고 지난 것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
공원 대형주차장뿐 아니라 공원 내 도로까지 가득 메운 자동차는
휴일의 공연(조이올팍페스티벌) 때문이겠지요.
사실 오늘의 안내자는 회원들이 휴게시간에 나누어 먹을 거봉포도 3알,
방울토마토 3알, 그리고 무 한 쪽이 들어있는 팩 60개를 넣은 무거운 케리어를
자동차에 싣고 와서 휴게장 주변의 경비실에 맡기고 자동차는 주차장에
두려고 했는데, 차를 몰고 공원 입구에 이르러 보니
올림픽공원으로 들어가는 진입 도로가 벌써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차를 집에 갖다 두고 무거운 케리어를 끌고
조각공원 부근의 경비 초소까지 가서 맡기고 오는 바람에
하마터면 만남 시간을 맞추지 못할 뻔 했습니다.
요즘은 주말마다 공연이 있어 공원이 매우 붐빕니다.
이번 주의 조이올팍 페스티벌은 박정현, 악동뮤지션, 거미,
김광석, 정준일 등이 13시부터 21시까지 연속 출연하는 공연인데,
우리 같은 노인들에겐 즐거움을 주기보다 소음 공해이지요.
그늘진 숲길 옆으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조각공원으로 들어섰습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올림픽공원에서
걸으며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늙으막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아름다운 길을 이렇게 무리 지어 걷게 해주고 있는
한사모가 고맙고 여기에 몸담고 있는 나도 한껏 자랑스럽습니다.
조각공원을 빠져나와 벚꽃나무가 들어 서 있는
잔디광장 둘레길에 들어섰습니다만, 잔디광장에 가설된 무대,
광장 둘레에 둘러쳐진 칸막이, 그리고 수 많은 인파로 인하여
한적한 걷기가 되지 못해서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잔디광장 둘레길에서 88호수로 들어서니
분수에 선 무지개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88호수 수변무대 관중석에서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수변무대에서는 저녁이면
올팍 가요무대가 열려 저녁 걷기 시간을 즐길 수 있었는데,
요즘은 모든 것이 젊은이 중심으로 바뀌어져
나이든 허전함을 이런 것에서도 느끼게 합니다.
88호수를 오른쪽으로 끼고돌아 서울역사편찬원,
오륜정을 지나 성내천변 길에 들어섰습니다.
성내천은 남한산성에서 발원하여 마천, 거여동, 오금동을 지나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내를 관통하여 이곳으로 흘러와
서울아산병원 옆에서 한강으로 들어가는 강입니다만,
2005년에 완성된 성내천 정비사업으로 멋진 산책로가 된 강입니다.
강을 정비하기 전에는 비가 많이 오면 성내천 물이
풍납동 부근에서 차올라 큰 수해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올림픽공원 북동쪽 끝자락에 만든 대형 유수지와 펌프시설 등
수해 방지 시설과 한강물을 마천동까지 끌어올려 내려보내는
시설 덕택에 주변 주민에게 쾌적함을 주는 건강한 강이 되었습니다.
성내천변 길가에서 잠시 쉬고 몽촌역사관으로 갔습니다,
사적 제297호 몽촌토성 내에 위치한 몽촌역사관은
1992년 1월 개관하였고, 한성백제박물관의 부속시설로서
서울의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한 고대 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는
어린이 대상 박물관입니다.
청동기시대의 움집, 백제의 도읍이었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삼국시대 고분군 등 문화유적과 유물을 주로 전시하고 있어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몸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몽촌역사관을 나와 피크닉장을 뒤로 하고 오른쪽으로
몽촌토성 목책을 보면서 가족놀이동산 쪽으로 가는 길은
평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숲 터널 길입니다.
짧지만 길 양쪽에 늘어선 나무가 이룬 숲 터널은
걷는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느낌을 줍니다.
서울역사편찬원 뒤쪽을 지나 가족놀이동산의 왼쪽 길에 접어들어
걸어 나가니 내성 농장의 넓은 초원이 나왔습니다.
멀리 보이는 나홀로나무 외에는 나무가 없이
초원만 넓게 펼쳐진 탁 트인 곳입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자연과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은
아귀다툼 같은 우리의 3류 정치와 각박한 생활을 잠시 잊게 합니다.
여기서부터 몽촌토성 산책길로 접어들기 위한 능선길입니다.
능선 위의 몽촌토성 산책로에 들어서서 조금 가니
오른쪽으로 몽촌해자가 내려다보이고 몽촌해자 건너편으로
올림픽파크텔과 올림픽회관이 보입니다.
산책로 아래쪽의 소나무 숲에 앉아있는 왜가리는 몽촌해자나
성내천에서 물고기를 막 잡아먹고 잠시 쉬는 모습이겠지요.
산책로의 능선 길가에는 벤치가 많아
쉴 장소로 미리 점 찍어두었는데,
의자마다 선착자가 차지하고 있어 쉬기를 포기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올림픽공원역을 출발한지 1시간 40분이나 되었으니
모두가 쉬고 싶었을 터인데 참 안타까웠습니다.
서둘러 길을 재촉하여 야생화 단지의 꽃 감상도 캔슬하고
베드민튼장을 지나 잔디광장 옆의 쉼터로 찾아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조각공원 경비초소에 맡겨두었던 포도, 토마토, 무로
세트해 둔 과일봉지를 찾아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차게 보관된 것이라 무와 포도의 단맛과 시원한 자극이
몸과 마음을 릴락스시켜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윤현희님은 조생종 귤을 준비해 와서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그 맛이 정말 상큼했습니다.
쉴 때마다 열리는 김창석 까페는 오늘도 어김없이 열려
우리들의 미각, 후각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출석이 저조했던 허필수 고문이 서둘러 노래부르기를
시작하여 동요에서부터 가요로 이어지는 '노래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원래 계획은 여기서 쉰 후 몽촌해자 둘레길을 걷고
소마미술관과 한성백제박물관을 들릴 예정이었으나
모두가 피곤해 하고 시간도 얼마 남지않아 생략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신에 조각공원에 들러 각 개인이나 부부, 친구끼리
마음에 드는 조각 작품을 골라 기념사진을 찍어
한사모 까페에 영구히 보관하도록 하였습니다.
한성백제박물관에는 지금 ‘공자와 그의 고향 산동(山東)이라는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2016. 9. 8 - 12. 4) 들릴 시간이 없어
들리지 못하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당은 올림픽공원 남 2문 바로 건너편에 있는 '씨푸드 樂'인데,
저녁 메뉴는 오징어철판볶음이었습니다.
좀 더 나은 식당을 찾기 위해 곳곳을 뒤졌으나
가격 대비 적정한 메뉴가 없어
우선 깨끗하고 분위기 좋은 이곳을 골랐습니다.
오늘 건배사는 전에 어느 분이 ’이런 모임 흔치 않다‘
라고 한 적이 있는데, 저도 이걸 그대로 인용하여
'이런 모임 흔치 않다.', '굳건히 지켜나가자.'로 했습니다.
"이런 모임(선창)"
"흔치 않다.(모두)"
"굳건히(선창)"
"지켜나가자.(모두)"
를 외치면서 오늘 걷기 안내를 마감했습니다.
오징어철판볶음의 맛이 매워 드시지 못한 분도 있었던 것 같은데,
식사 후에 나온 맛난 포도로 매운 맛이 중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음 주 ‘제449회 주말걷기(’16/10/2/일)’ 안내를 맡으신
김동식 고문님께 한사모 주말걷기 깃발을 인계하였습니다.
다음 주 오후 3시에는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의 6번 출구(지하)에서
만나 '서초 길마중길'을 걷기로 하였습니다.
사진을 찍어주신 김민종님, 정말 감사합니다.
일행이 순간 스쳐가면서 보지 못한 경관과 소품까지
작품답게 촬영하셔서 평범한 산책길을 명품 길로 바꾸어 주시니
과연 명사진가 이십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 주를 기다리면서 이만 펜을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