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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남미 여행기](8)/
바다, 그리고 사막
글,
사진, 편집 :
김소영(한사모 사진위원, soyoung213@hanmail.net )
오늘은 조식
후 자동차로 쿠스코로 이동해서
쿠스코에서 다시 항공으로 1시간 25분
걸려 수도 리마에 가서 시내관광 후
다시 자동차로 3시간 30분 거리의
파라까스로 가는 것이 오늘 가는 길이다 .
쿠스코를 향해 가는 길은 페루의 진면목을
구경하는 좋은 기회다.
먼 거리일 경우 대체로 항공편으로 시간을
단축하지만
그 나라의 속내를 볼 수가
없다.
고산지대라 풀이나 나무를 볼 수가 없다.
땅이 척박하여 그냥 내버려둔 땅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방식 중
하나는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차창으로나마
여행지의 자연모습을 보는 것인데 일정표에
없는
염전을 둘러보는 길로 접어든다는
가이드의 선심에 모두 반색을 한다.
염전은 숙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관광코스에는 빼기 일쑤란다.
안데스의 깊은 계곡 속에 잉카의 소금산이라 부르는 '살리네라스'는
고산지대에 살던 잉카인들의 황금밭이었다.
그 옛날 이곳은 바다 속이었는데 지각변동으로 지형이 솟아 나서 산이 되었고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암염이 녹아든 계곡물을 계단식 밭에 조금씩 가둔
다음
남미의 따가운 태양볕에 증발시켜 소금을 채취한다.
지금도 전통방식 그대로 소금을 채취하는 이곳 잉카인들은
태양이 준 선물로 간주하여 매우 중하게 생각 한단다.
자연의 위대함과 자연이 준 선물을 잘 이용해 온 잉카인,
그 전통을 잘 이어나가는 지금의 후예들이다.
색감 다채로운 안데스의 대지는 높은 하늘과 구름,
청정한 바람과 어울려 꾸밈없는 천혜의 자연이다.
방목하여 풀을 뜯는 동물들은 자유와 함께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자동차를 세울 공간이 있는 길가 언덕에 볼꺼리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현지인들이 수공예품을 만들어 팔고 있어서 호기심 많은 내가 선두로
접근을 시도하니 모처럼 만난 관광객인지 무척
반겨준다.
가지고 간 과자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니 쑥스러워 한다. 오늘 하루 나의 간식을 모조리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대화는 할 수 없으나 물건을 사고 파는 것
쯤은
해결 할 수 있다. 여행은 여행지에서 후회없는 체험을 하는
것이다.
보고, 듣고, 먹고, 사고, 그러면서 느끼고...
고산지대에서 사는 동물, 알파카나 리마의 털로 짠 옷이나 목도리, 모자는
가벼우며 보온이 뛰어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내가 즐겨입는 알파카 쉐타가 페루산 인것을 알고 페루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있기 때문에 주저없이진열 된 모자를 써 보니
가볍고 착용감이 좋다.
이쪽 가게에서 한 개, 또 저쪽 가게에서 한 개,
두 개를 사서 패션쇼를 하니
일행들도 덩달아 사기 시작한다.
이미 쿠스코 공항에서 알파카 장갑 몇 켤레를 사 놓고
빨리 겨울이 오길 바라는, 철이 덜 든 나를
어찌할까.
도시로 들어가니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지난 날 우리들의 삶을 재 조명해
본다.
구시가지-리마 중심인 아르마스광장,
페루에서 가장 오래된 대성당 등
리마 시내를
둘러보고 자동차로 3시간 30분 걸려 파라까스에 도착하니
'파라까스호텔
Lahacienda Bahia Paracas Hotel' 이 우리를
반긴다.
12월 15일, 여행 11일 차,
정원이 아름다운 호텔은 밤잠 자기도 아까운
경관이다.
그래도 다음날을 위한 휴식은 필요한
것,
이른 아침에 호텔 정원을 산책하며 모처럼 하루를 느긋하게
시작한다.
바다같은 호수다.
부지런한 갈매기는
새벽부터 비상을 하며 먹이를 찾는다.
정원을 산책하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신다.
우리 일행만이 투숙한 듯 종업원 이외의 사람은 보이지
않고
이 넓은 정원을 독차지하고 즐긴다.
언제 또 이렇게도 훌륭한 호텔에서 쉴 수
있겠는가,
아침 하늘이 무척 맑다.
한
폭의그림이다.
우리는 가끔 무척 아름다운 광경을 만나면 한폭의 그림 같다고
한다.
그림은 어떠한 것도 표현할 수 있어서
현실로는 불가능할 때 하는 말이다.
늘 이런 광경에 있는 사람들은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모르겠지.
공기나 물의 고마움을 잊고
살듯이..
사람들에 치이며 시멘트와 유리로 빼곡한 도심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청량제와 다름없다.
오랜만에 '해먹hammock'에서 여유를
부려본다.
해먹은
기둥 사이나 나무 그늘 같은 곳에 달아매어 침상으로 쓰는
그물이다. 흔히 그물침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먹은 페루와 브라질 원주민이 처음 사용했으며
본래 '하모카스'라 불렀다 한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이 배 안에서 세균과 습기를 피하기 위해 많이
사용했는데
오늘날은 통풍이 원활해 더위를 피할 수 있고
또한 세균 감염 예방의 장점이
있어서 야외에서 많이 사용한다.
이 해먹은 수준있는
파라까스호텔에 걸맞게 고급스럽고 우아한
모양새다.
내친김에 아름다운
정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반을하니
분위기가 더해져서 더 풍성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누리자는 나의 슬로건
발동,
모터보트를 타고 작은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바예스타'섬으로 향한다.
섬 투어는 제트 보트를 타고 섬 주변을 1시간 반 동안 둘러보며
군도를 까맣게 수놓은 새들과 뭍으로 올라온 물개들을 관찰하는
여정이다.
바닷물빛과 햇볕이 워낙 강해서 얼굴을 감싸고
보트투어를 해야한다.
멀리 크루즈 한 척이 정박해 있다.
주변에 탐방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이
있나보다.
물개섬을 가는 길에서 함께 보게 되는 바다 새들의 무리가 데모꾼들처럼
많아서 우리를 공격해 올까봐 두렵다.
'바예스타 '섬으로 가기 전,
'칸델라브라섬 candelabra island' 의
지상화를 먼저 만난다.
그림의 길이는 187미터, 폭은 70미터
가량되는 거대한 그림이다.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촛대, 혹은 선인장의 형상을 한 이 거대한 그림은
'나스카' 지상화의 일부로 추정되며 언제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렸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이 미스터리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급기야는 외계인이 그렸다는 가설까지 내놓은
상태다.
나스카 평원의 탐방은 우리 일정에 없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
나스카 지상화에 대한 궁금증은
이 칸델브라섬의 작은 지상화 한
개를 보며
설명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페루 남부 해안지대를 본거지로 하여 수백년 동안 번영을
누린
나스카문화의 유적으로 땅위에 서서는 그 그림을 볼 수가 없고
비행기를 타고 300m 하늘에서나 그림의 전체를 볼 수 있는
추상적인 그림을 그린 , 예수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가
건조한 기후로 사라진 '나스카 인디언'의 미스테리는 여전히 풀 수가
없다.
지상화가 오랜 세월 동안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데는
척박한 기후가 한 몫 한단다.
나스카 평원을 포함한 이 지역은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비 바람이 없어서 물이나 바람에 쓸리지 않아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다.
일년에 비가 가장 많이 온 때가 30분 정도이고 사람들이 추정하기로는
만년 이래로 큰 비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파라카스 국립자연보호지구 안의 '바예스타'는 커다란 활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144개의 군도가 모인 섬의 모양새가 활을 닮아서란다.
이곳의 주인은 3억마리에 달하는 수 십종의 새, 그리고
물개다.
하늘을 수 놓은
갈매기, 페루비안 부비, 페루 펠리컨, 가마우지, 훔볼트 펭귄 등
다양한 새들과 함께
파도가 깎고 뚫어놓은
아치와 동굴 주변을 돌면서
펭귄, 바다사자, 돌고래 등을 구경한다.
망원 렌즈가 필요 없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새들을
만난다.
오늘은 몸집이 크고
부리가 긴 펠리컨 떼가 많은 섬을 지키고 있다.
귀여운 펭귄도 사이좋게 놀고 있다.
.
이곳의 별칭은 '가난한 자들의 갈라파고스'다.
인위적인 간섭없이 자연적으로 유지되는 이곳의 생태계가 '갈라파고스'를
그대로 축소시켜 놓았다고 해서 '작은 갈라파고스'라고
하는데
'갈라파고스'와 비슷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비로
접하기 쉬워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섬의 지질은 철분이 많은 붉은색 암석인데
그 위를 새의 똥 '구아노guano'가 덮었다.
섬을 뒤덮은 구아노로 불리는 새똥 무더기는 비료로 쓰이는 탓에
16세기 잉카문명 시절부터 페루인을 먹여 살렸다
구아노 냄새는
지독하지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산물이다.
지금도 저렇게 많은
새똥들을 페루 정부에서 몇 년마다 한 번씩 채취하여
경제적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일광욕을 즐기는 바다사자들 뿐만 아니라
운이 좋으면 돌고래도 볼 수
있단다.
팔자 좋은
바다사자들이다.
저렇게 1년 365일 내내 돌
위에 널부러져 있다가 배고프면 바다에 들어가서
물고기
잡아먹고 심심하면 섬에 올라가 딩굴딩굴 거리며
살고...
그러나 좀 심심
하겠다.
이들 섬을 관리하는 사람인듯 우리 배에
내려탄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섬을 오가며 일을
하나보다.
해변의 선착장에 내리니 물개섬에서 본
펠리컨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먹이를 주며 연출을 시킨다. 구경하며 사진을 찍으니 모델료를
달란다.
1달러를 내 밀고 마음껏
보았다.
잡초만 누렇게 자라는 미국 서부지역의 사막을
다니며 보았는데
마른 풀 한 포기도 없는 완전히 모래밭인 사막은
처음이다.
버스 1시간 이동으로 '이카ika
와카치나' 사막에 도착,
이 지역은 사막투어와 샌드보딩으로 유명하다.
바람은 사막에 곱고 고운 결은 물론 급격한 경사의 언덕도 만들어
놓았다.
두 팔을 하늘로 벋고 인증샷을 하는 동안도
모래가 뜨거워서
오래 서 있기가 힘들다. 그래도 아이로 돌아가서 온갖 행동을 다 해
본다.
공중부양은 체중 때문이기도 하지만 순간포착을 잘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셔트를 잘 누르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제대로 찍어주신 일행이
고맙다.
보드라운 모래밭 촉감을 느끼려고 양말만 신었더니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밭이 발바닥을 혹사시킨다.
모래를 활주하는 특수 지프
'버기짚차'를 타고 사막의 굴곡을
거칠고 격렬하게 달리는 사막투어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짜릿하다.
사막투어, 짚차를 타고 사막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운전자가 묘기를 부린다.
능선을 타고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질주하던 차가
갑자기 낭떠러지 같은 경사로 푹
고꾸라진다.
구릉의 높은 꼭대기에 올라가서 무서운 속력으로 아래로 내려 갈 땐
무서워서
저절로 큰 소리로 고함이 나온다.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며 더 크게 고함
지르란다.
아~앗! 하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데 입을 벌려 환호하고 싶지만
마음 속으로만 내질러야 한다.
입을 벌리는 순간 바람에 실려오는 모래를
가득 머금게 된다.
다른 재미는 바로 샌드보딩.
낭떠러지라고 해도 좋을 경사진 모래언덕에서 맨몸을 던지는 게
쉽지 않아 보이지만 처음에만 무섭다.
보드가 모래에 닿는 밑바닥에 양초를 칠해서 잘 미끄러져
내린다.
스키장 최상급 코스의 경사로 미끄러져
내린다.
발가락을 모래위에 직각으로 세우면서 브레이크처럼 속력을 조절해
가면서
내려간다. 가파른 경사에 처음은 기겁을 하지만 눈이 아닌 부드러운 모래라서
위험부담이 적다.
사막은 역동적이고 짜릿한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우리와 다른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페루로 와야 할 이유가
된다.
순식간에 밑으로 내려와 버리기 때문에 이 장면 또한
순간포착이다.
다른이들을 찍다보니 정작 나의 모습은
없다.
샌드보드 체험 성공 기념 포즈다.
작은 오아시스가 반갑다. 이런 모래사막에
오아시스...
참 고마운 것,
힘든 사막의 여정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쁨을 표현하라는
안내자가 요구한 포즈다.
사막 속의 오아시스 옆 '세비체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쉬고 싶다고 몸이 신호를 보내온다.
잘 가꾸어 놓은 리조트 여기저기를 다니며 한가하게 쉰
후,
4시간 30분간 자동차로 이동하며 또 이나라의 진실을
본다.
메마른 죽음의 땅 사막.
하지만 페루의 사막은 약동하는 생명, 경이로운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이까에서
리마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모래밭 황야들...
'인간에게 전혀
호의를 베풀지 않는 자연, 날카롭게 날이 선 돌과 바람,
흙에 자기 육체를
직접 부딪치고 사는 그런 삶...'
비평가 황현산님의
글은 그가 페루를 다녀온 후에 쓴 글인가.
아마존의 밀림과
나스카, 바예스타섬과 파라까스사막에서
저 문장으로 그린
그림으로 확인한다.
밤 늦게 리마에 도착하여 Sheraton Lima Hotel 에서
피로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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