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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불꽃緝熙 2020. 4. 20. 11:37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언젠가 식당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장면이 생각납니다. 이 식당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으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한 꼬마 아이가 신발장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러니? 뭘 도와줄까?”라고 묻자, 아이는 “신발”이라고 간단히 말합니다. 혼자 신발을 신을 수가 없어서 신발 신겨줄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아이를 보면서, ‘나도 저랬겠지?’라는 혼잣말을 해 봅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신발을 신을 수 있었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옷을 입었을 테고, 또 누군가의 도움으로 대소변 처리도 했을 것입니다. 아주 기본적이고 쉬운 것도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마치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잘했던 것처럼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렇게 성장한 것처럼 착각합니다. 그래서 감사하지 못하고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모습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약하고 부족한 모습은 이제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 힘이 빠졌을 때 다시 반복됩니다. 처음의 모습, 도움을 받아야만 할 때로 되돌아갑니다. 이는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사랑을 나눠줄 수 있을 때는 최대한으로 실천해야 함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야말로 겸손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기적을 본 사람 중에서, 바리사이이며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의원이었던 니코데모라는 사람이 밤에 주님을 찾아옵니다.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알고 싶어 했던 것이었지요. 이제껏 보여줬던 표징들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제까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의 틀에서 벗어나서 온전히 주님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이로써 이미 우리 곁에 온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의 신원을 궁금해하고 그 답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음을 이야기하시는 것이지요.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머물러 있는 악습의 틀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앞서 인간은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겸손의 삶이 새롭게 태어나는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심과 이기심을 벗어던지고 주님을 따라가는 것, 부정적인 마음으로 남을 판단하기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님과 함께 하는 것. 이렇게 새로운 탄생을 통해서만이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2020.04.20)"에서-



  거짓은 날아다니고, 진실은 그 뒤를 절뚝절뚝 따라온다(조너선 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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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 : 西湖 李璟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