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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鄭遂榮)의 금강산 유람 화첩, 해산첩(海山帖 ) 본문
해산첩(海山帖), 조선, 세로 61.9cm, 가로 37.2cm, 국립중앙박물관, 정수영(鄭遂榮, 字 君芳, 號 之又齋)은 평생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시문서화詩文書畵와 기행사경紀行寫景, 지도地圖를 제작하며 일생을 보냈다. 그는 산수화를 비롯한 다양한 화제를 다루면서 독창적인 화풍을 형성했다.
<해금강 군옥대도>, [해산첩] 제23면
첫 번째 그림은 담탕淡宕(생몰년 미상)이라는 사람이 그린 수묵산수화이고, 다음부터는 정수영의 그림으로 금강산 전체를 그린 <금강전도金剛全圖>부터 <옹천에서 멀리 바라보다甕遷遠眺>까지 내외금강內外金剛, 해금강海金剛, 고성高城의 명승지名勝地를 여정에 따라 담아냈다. 글은 <동유기東遊記>를 비롯해 모두 정수영의 글씨이고, 이외에도 그림의 화면 위쪽 여백이나 좌우 여백에 일정, 풍경, 유래 등을 자세히 기술한 기행문이 실려 있다. 이 화첩에는 분방한 필치와 간략한 묘사, 몽당붓의 사용, 담채의 선별적 사용, 윤곽이 선명한 각진 바위 등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금강산의 가을 이름인 풍악산楓嶽山의 아름다움은 그림으로 남아 당시 느꼈을 감동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1797년 가을 내금강과 외금강 등을 유람하며 그린 정수영의 ‘해산첩海山帖’은 풍악산의 아름다움이 담긴 작품으로 유명하다. 1만2,000의 암봉에서 일제히 피어오르는 단풍의 미색은 아름답다 못해 비장하고 숭고하다. 가을 금강산 못지않게 선비의 발길을 붙잡은 산은 남도의 지리산. “금강산은 빼어나나 웅장하지 못하고, 지리산은 웅장하나 빼어나지 못하다”는 조선 시대 사명대사의 비유처럼 지리산은 화려함 대신 장중한 분위기로 선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선 중기 학자 조식은 “지리산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고서 단풍을 논하지 말라”며 ‘삼홍시三紅詩’를 통해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이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짝에 들어선 사람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다”라고 극찬했다.
정수영의 해산첩만큼 단풍에 물든 금강산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찾기 어렵다. 엷은 붉은 색채를 이용해서 금강산의 가을을 그린 해산첩은 ‘바다(海)’와 ‘산(山)’이라는 화첩 이름에 걸맞게 내금강 지역 아홉 점, 외금강 지역 다섯 점의 산 장면과 해금강의 바다 장면 네 점이 포함되어 있다. 정수영이 금강산 여행의 여정과 경관에 대해 쓴 글이 그림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 점 또한 다른 금강산 화첩과는 차별되는 면모이다.
《해산첩(海山帖)》은 정사년(丁巳年 1797) 가을, 그의 친구인 여춘영(呂春永, 1734~1812)과 함께 금강산을 유람하면서 그린 초본을 바탕으로 2년 후에 화첩으로 제작한 것이다. 화첩의 표지에 ‘해산첩海山帖’이라고 적혀 있으며, 23점의 그림과 3점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정보/ 이영일, 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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