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궁궐지킴이

전란(戰亂) 겪은 세대의 철학하기 / 김성진 본문

세상사는 이야기

전란(戰亂) 겪은 세대의 철학하기 / 김성진

불꽃緝熙 2020. 1. 21. 18:34

김태길·안병욱·김형석

- 전란(戰亂) 겪은 세대의 철학하기 -

 

 

  세 분 모두 1920년생으로, 말하자면 '동갑내기'시다. 봉직하신 대학은 서로 달랐지만, 대학 밖의 일반 시민, 직장인, 공무원, 기업인, 군부대 등을 위한 강연과 저술 활동으로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하신 점에서도 세 분은 '닮은 꼴'의 '동업자'시다. 그런 이유에서,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분은 남 보기에도 부러울 만큼 돈독한 우정을 평생 함께 나누셨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아마도 그들이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몸소 겪어야 했던 시대적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라와 민족이 겪어야 했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철학도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묻고 실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한반도 상황은 이런 멋진 표현이 어울리는 현실이 아니었다. 그들이 태어나기도 벌써 10년 전에 조선은 자주적 통치권을 상실했고, 대륙의 청나라와 러시아를 제압해버린 일본에 합병당했다. 그 후 일본은 하와이를 기습 공격함으로써 태평양 건너 쪽 미국에 도전했다. 세 분은 나라를 잃은 상태에서, 그리고 일제의 가장 강압적이고 잔인한 식민통치시기에 소년기와 청년기를 살았고, 25세가 되어서야 8·15 해방을, 그리고 28세에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맞이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러니까 30~33세 때에 그들은 또다시 참혹한 동족상잔의 6·25동란과 남북 분단을 겪어야 했으니, 무사히 살아남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그런 국가적 차원의 사건들 아닌가! 그것은 한국 근현대사 최악의 시기였다.

  결국 당시의 모든 철학도에게 주어진 사명은 난세(亂世)를 살아남은 자로서 '철학하기', 그리고 난세 이후 시대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포와 젊은이들을 위한 '철학하기'가 되어야 했다. '철학'이 '지혜사랑'이라면, 그리고 철학이 궁극적으로 우리들 각자의 삶을 위한 지혜가 되어야 한다면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 * * * *



  오늘날 우리의 정치·경제적 현실은 6·25동란 직후 상황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이 큰 차이에 때로는 우리 자신도 놀란다. 그동안 겪어온 정치·사회적 변화, 그동안 이룩해낸 경제·문화적 성장은 우리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만하다. 그래서 우리는 난세를 겪으면서도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발전시켜온 선배 세대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반도 절반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난세 극복'의 관점에서 보아도 그렇다. '난세'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직 아니기 때문이다. 휴전선을 사이에 놓고 벌어지는 긴장과 상호 대결 사태들은 '난세'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우리 자유진영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정치경제체제 운영방식과 그 밑에서 생존해야 하는 일반 백성의 실제 생활상을 알면 알수록 그렇다. 이제는 북한의 핵무장까지 추가된 상황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삶의 위기 극복은 철학의 일차적 과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철학이 '지혜사랑'이라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지혜는 어떤 지혜인가? '난세 극복'이 북한 지역으로도 파급효과를 가져오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자문한다. 선배 세대를 뒤이어서 우리들 후배 세대 철학도가 감당해야 할 '난세 극복'의 과제는 무엇인가?!

 

글쓴이 : 김성진

·한림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명예회장

·철학상담치료수련감독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답게 살고 싶다.  (0) 2020.01.30
케네디  (0) 2020.01.23
왔다 가는 세상 / 허당 진솔방  (0) 2020.01.15
진실  (0) 2020.01.15
버스에서 있었던 이야기 / 김도식  (0) 202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