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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가을하늘 만큼이나 청명하고 친근하며 듣기 좋은 두 곡

불꽃緝熙 2018. 10. 12. 19:03





송대관, 태진아, 주현미, 현철, 강진(히트곡 땡벌을 부른 가수로 밤무대의 황태자. 강진을 모르는 분들은

우리 대중가요계에 대해 거의 모른다고 생각하면 된다)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평소 음악을(또는 예술을) 가까이하며 산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굳이 힘들게 서양고전음악을 찾는 것은

우리 내면에 일상성 혹은 대중성 너머의 무엇을 향한 욕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우리의 심장 속에는 분명 심오함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거창한 표현도 하더라만...

, 돈 때문에 바쁘게 살면서도 더러는 예술적으로 고양된 순간, 심오함을 접하면서 얻는 마음의 정화,

고전작품에서 맛보는 품격, 옛 예술가들의 행적에 대해 알아가는 기쁨,

문화생활을 누리는 듯한 기분에서 오는 자기위안 따위를 많은 사람들이 갈망한다는 말이겠다.

그래서 나 역시, 소위 클래식을 들으면서 사색적이고 깊이감 있는 선율에 대한 애정이 깊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은 단순하고 동화적이며 친숙한 멜로디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케텔비는 영국의 작곡가, 지휘자로 심각한 음악보다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했는데

동양의 이국적 색채를 즐겨 소재로 삼았다.

1920년에 완성된 <페르시아의 시장에서><초원을 가로지르는 종소리>, <중국 사원의 뜰에서>,

<수도원의 뜰에서>, <즐거운 마스코트들의 춤> 등과 더불어 그의 대표작으로

페르시아의 거리와 시장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묘사한 유명 작품이다.

낙타 행렬, 흥정하는 상인, 구걸하는 거지, 공주의 행차, 뱀을 움직이는 마술사 등을 묘사하고 있단다.

클래식으로 분류되지만 너무 통속적인 성격이어서 애써 찾아 듣진 않는데

오미가미 들어보면 나름 매력적인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 세기 전, 이 곡을 들으며 가보지 못한 먼 이국의 풍물을 동경한 감상자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개인적으로는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만큼이나 <초원을 가로지르는 종소리>도 좋아한다.

새소리와 더불어 공기 맑은 초원의 이쪽저쪽을 넘나드는 청아한 종소리를 듣노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짙은 안개에 갇힌 듯 모호한 브람스도 매력 있지만 케텔비적인 친근함도 무시할 수는 없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종소리>를 음악정원에 게시하는 과정에서 유투브 동영상 마지막 부분의

공동묘지와 허공의 달을 보고 있자니 이런 소박하고 아름다운 곡들을 남긴 케텔비와

옛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먹고살려고 악을 쓰던 상인들 모두 

지금은 차가운 땅속에 누워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네 인생의 유한함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누구의 말씀대로 인생은 내자하처 거향하처(來自何處 去向何處)...

우리가 그토록 신비롭고 거창하게 여기는 달(또는 지구) 역시 우주 속에서는 작은 티끌에 불과하며

인간이란 생명체는 그 티끌에 붙은 먼지에도 미치지 못하는 존재...

민주주의, 무역전쟁, 핵무기, 집값폭등, 국민연금, 고부갈등알렉산더 대왕의 원정, 나폴레옹의 승리 등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케텔비 :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케텔비 : 초원을 가로지르는 종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