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너희에게
마음을 주시고 너희를 선택하신 것은,
너희가 어느 민족보다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사실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서 수가 가장 적다." (7)
'마음을
주시고'로 번역된 '하샤크'(hashaq)는 전치사
'뻬'(be)를 취해서 '~를 사랑하다'라는 뜻을 가진다.
따라서 '주님께서 너희에게 마음을 주시고'에 해당하는 '하샤크
예흐와 빠켐'(hashaq yehwa bakem
; The Lord did set his love on you)는 '주님께서 너희를
사랑하셨다'로 번역해야 한다.
이것은 하느님의 계약의 기초가 바로 사랑임을 보여준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사랑하신 근거는 세상의 가치 기준에 있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이
어떤 기준을 갖추었기 때문에 사랑하신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주도적인 선택과 그 선택을 끝까지 견지하시는
하느님의 신실하신 성품에 근거해서 이스라엘을 사랑하셨다.
이 사랑을 바탕으로 한
하느님의 계약이 결코 이스라엘의 수효의 많음에 있지 않고, 인격적인 관계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은 한 사람 아브라함을 선택한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창세12,1~4).
그리고 '너희가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에 해당하는 '로
메룹베켐'(lo merubbekem)에서 비교의 기준이
되는 '라브'(rab)는 '많다'(창세32,12 ; 레위25,16 ; 7,7)라는 뜻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이외에도
'풍족하다','(부귀
등이)대단하다'(2역대17,5 ; 18,1),
'(권능이)크다','뛰어나다'(욥기37,23)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방 모든 민족들과 비교하신
기준에는 다만 '수의 많고 적음' 만이 아니라 '부유함'이나 '능력','중요성'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스라엘은 다른 민족들과 여러
측면에서 모두 비교해 볼 때 하느님의 선택을 받을만한 이유는
전혀 갖고 있지 못한 자들이었다.
또한 '적다'는 뜻의 '메아트'(meat)는 앞의 '라브'(rab)라는 형용사가 다만 숫자적인 많음을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은 것처럼, 수효에 있어서 적다는 의미도 되지만 가치에 있어서도 보잘것없다는 의미도 지닌다.
이때의 가치는 바로
세상의 기준에서 매길 수 있는 가치인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세상적인 가치에서 바라다볼 때
별볼일 없는 자들이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이렇듯 별볼일 없는 이스라엘을 사랑하셔서
구원사의 주역으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느 민족들보다 더 가치있는 당신의 백성으로 삼기까지 하셨다(신명7,6 ; 탈출19,6).
마찬가지로 우리가 오늘날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믿음의 생활을 하고,
구원과 성화의 길을 걷는 것도, 재능과 은사를
받아 봉사를 하는 것도, 수도자로 불리워 봉헌의
삶을 사는 것도, 사제의 길을 걸으며 주님 구원
사업에 협력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가
너무나 죄많고 성소받기에 부당하고 부족하며, 비천하고 보잘것없는 자이기에 내려주신 하느님의 은총일 따름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사도 바오로처럼
다음과 같이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하느님의 은총이 한
것입니다." (1코린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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