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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사진편지 제2475호(경천근민敬天勤民, 애민위중愛民爲重/'17/3/17/금) 본문
한밤의 사진편지 제2475호 ('17/3/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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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조선1실에 전시된 왕의 공간으로 어좌, 용상, 닫집이 보입니다.>
경천근민(敬天勤民)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부지런히 돌보다."
애민위중(愛民爲重)
"임금의 직위는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 <조선왕조의 영원한 번영과 국왕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일월오봉병>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공화국 시대에 웬 조선시대 임금님 타령이냐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탄핵과 대선의 소용돌이와 변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국가 지도자의 마음가짐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역사의 가르침에서 되돌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용산 이촌동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에 들어오면 왼쪽 중간에 중.근세관의 조선실과 대한제국실을 만나게 됩니다. 전시품을 개편하여 얼마 전(작년 12월)에 새로운 모습으로 개관하였기 때문에 요지음은 많은 분들이 찾고 있습니다.
조선1실에 들어서면, 경복궁 근정전 닫집과 어좌의 65% 축소 모형인 조선 왕의 어좌, 용상, 옥좌가 전시된 임금님의 공간이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일월오봉도'와 '닫집', '용 문양' 등은 왕의 권위와 존귀함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으로 절대적이고 영원한 왕권, 왕조의 상징이라 하겠습니다.
혹시 만원짜리 지폐를 갖고 계시나요? 무슨 그림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일월오봉병'에는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 폭포, 네 그루의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시경詩經 '천보天保' 시에 언급된 9가지 사물로 왕조의 영원한 번영과 국왕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임금이 머무는 장소에 놓입니다. 간혹 어진의 용 문양을 보며 "용의 발톱이 몇 개인가요?"라고 묻기도 하고, "다섯 개의 산봉우리는 어느 어느 산을 말하는가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조선은 세계 최장기 왕조국가입니다. 이는 왕과 사대부가 성리학을 기반으로 어진 마음과 행위로 모범을 보이는 왕도정치를 추구하고 수 많은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제도의 변화를 모색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하겠습니다. 동방의 해가 뜨는 나라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는 새 나라가 고조선(古朝鮮)의 계승자라는 위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복궁의 중심 정전인 근정전이라는 전각 이름은 정도전이 지은 것입니다. '근정勤政'이란 '서경書經'의 무일편無逸篇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왕은 부지런히 어진 이를 찾아 일을 맡기고 쉬라'는 의미입니다. 또는 천하의 일은 부지런하면 잘 다스려진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요. '어진 이를 구하는 데 부지런하라.'는 근어구현勤於求賢[태조실록]에서 예나 지금이나 현명한 인재를 구하여 쓰는 것은 리더의 덕목 중 으뜸입니다. 여기서 정도전(1342-1398)의 재상 중심 정치 철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임금의 자리는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애민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좌御座, 용상龍床, 옥좌玉座가 놓여있는 임금님의 공간 양쪽 벽면에는 조선 왕의 통치 자세를 나타내는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경천근민敬天勤民', 그리고 세종실록에 나오는 '애민위중愛民爲重'이라는 글귀가 씌여져 있는데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 늘 안타깝기만 합니다.
조선 왕의 공간 오른쪽에는 '敬天勤民'이라는 통치자세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부지런히 돌보다" [敬天勤民](용비어천가) 子子孫孫 聖神雖繼 자자손손 성신이 이으셔도, 敬天槿民 乃益永世 경천근민하셔야 더욱 굳으실 것입니다. (용비어천가 권 제10 제125장)
그리고 왼쪽 공간에는 '愛民爲重'이라는 마음가짐이 담겨져 있습니다. "임금의 직위는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愛民爲重] 人君之職 愛民爲重 (세종실록)
조선 시대 왕의 통치자세는 기본적으로 ‘민(民)은 나라의 근본’이라는 애민(愛民)의 마음이 담겨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리려 하였습니다. 조선 시대의 왕들이 모두 애민정신이 투철하였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세종, 광해, 영조, 정조 등 애민정책을 실천한 임금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임금도 많았으니 이것 또한 조선시대 역사의 빛과 그늘이라 하겠습니다.
작년 11월 광화문 KT 스퀘어드림홀에서 조선시대 세종과 정조의 애민정신을 조명해 보는 인문콘서트가 열린 일이 있었습니다. 세종은 그 창제원리에서도 밝혔듯이 말과 글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던 백성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 훈민정음을 창제했습니다. 그리고 350년 후 세종과 닮은 정조는 관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피해 입는 백성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실학자 정약용을 발탁, 과학적 수사 판례가 담긴 형법서 ‘흠흠신서’를 편찬하게 했습니다.
요지음 처럼 국민을 위한다는 말들을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으로 '애민愛民'을 실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중.근세관의 조선실.대한제국실 안내>
제 친구들 중에는 '한밤의 사진편지'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배달되고, 한사모 주말걷기가 10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는 비결이 어디에 있으며 진정 무엇이냐고 가르쳐 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한사모 회원이면 다 아시는 것처럼 한사모에는 함수곤 대표라는 구심체가 있으며, 그가 보내준 '한밤의 사진편지'에는 사람냄새 나는 따스한 정과 세상사는 삶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함 대표의 인간미와 탁월한 리더십에 기인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사모에 나오면 회원 스스로가 서로 자제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바로 그것 이었구나 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뭐냐구요? 한사모에서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또한 서로를 배려하여 '종교'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지역적인 편견이나 '지역' 이야기를 말하지 않습니다. 즉, 우리 모임에서는 '정치', '종교', '지역' 이야기를 하지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한사모가 오랜 세월 변함없이 지속되어 오는 기본적인 바탕은 바로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회원들의 힘과 겸손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사모 회원 한 사람 한사람을 되돌아보면 모두가 예전에는 대단한 분들 입니다. 그러나 한사모에서는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랑하는 일이 없이 서로를 칭찬하는 겸손의 미덕이 있다는 것입니다. 매주의 만남을 통하여 건강을 얻고 서로를 배우며 작지만 베푸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은퇴한 실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큰 기쁨이요, 축복인 것입니다.
지나간 우리의 역사를 뒤돌아 보아도 '애민愛民'이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한사모에는 사람냄새 나는 따스한 정이 있고 나누는 기쁨이 있기에 남들이 우리 모임을 부러워하고 우리도 흔치않은 모임이라고 자랑스러워 합니다. 연말이 되면, 서로를 아껴 준 덕분에 감사하는 마음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우리 한사모를 서로가 자랑스럽게 더욱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라며, 여러분의 따스한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2017년 3월 17일 이경환 드림
* <경복궁 근정전의 어좌, 용상, 옥좌, 일월오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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