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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상강(霜降) · 황소와 `이랴`

불꽃緝熙 2014. 10. 23. 17:08

 

 

한밤의 사진편지 제2164호 (14/10/2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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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霜降) · 황소와 `이랴`

 

오늘 23일(목)은 음력 9월 끝날 30일이고,

`서리를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상강(霜降)입니다.

내일 24일은 음력 윤달 윤9월

초하룻날입니다.

 

상강(霜降)은 24절기 중 18번째 절기로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의미의 한로(寒露)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사이에 있는 

음력 9월에 드는 절기입니다.

 

한로(寒露)가 10월 8일이었고, 11월 7일이 입동(立冬)입니다.

 

상강(霜降)시기가 되면, 청명하고 쾌청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 밤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합니다.

 

 

그러나 19일 일요일 저녁부터 어제 새벽까지 제가 살고있는

이곳 용인 기흥은 쾌청한 가을날씨 대신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어제 아침 비가 그친 후 전형적인 쾌청하고

청명한 가을날씨로 돌아왔습니다. 

 

상강(霜降)이 지나면 낮은 온도와 서리에 들과

논의 풀들은 지기 시작하고 그 자리에

겨울 풀들이 돋아날 것입니다.

 

상강(霜降)이 올 때면 온갖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가 활짝피는 늦가을이 시작됩니다.

  

상강(霜降)이 되면 추수가 마무리되는 때이고,

겨울맞이를 시작하는 때입니다.

 

중국에서는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초후(初候)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

중후(中候)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이며,

말후(末候)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하였습니다.

 

 

김형수(金逈洙:19세기중엽-생애미상)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도 `한로`와 `상강`에

해당하는 절기의 모습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현한 것을 보아 중국의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강(霜降)은 겨울맞이 보리파종의 적기입니다.

가을 추수가 끝나기 무섭게 이모작 지대인

남부지방에서는 보리파종에

들어갑니다.

 

보리파종이 늦어지면 동해(凍害)를 입을

우려도 있고 수확량도 급감합니다.

 

또 보리파종이 늦어지면 이듬해 보리 성숙기가 늦어져

보리베기가 지연되고 보리베기가 지연되면

모내기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상강`에서 `입동`까지 보름간의 준비가 농촌의 겨울을

얼마나 알차고 따뜻하게 보낼수 있느냐를

좌지우지하는 때입니다.

 

지금부터가 농촌의 막바지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가을 동안 잘 익은 호박 따 들이랴, 밤·감 따랴,

조·수수 수확하랴, 서리 오기전 고추 따랴,

깻잎 따랴, 고구마 캐랴, 콩 타작하랴,

 

농촌의 가을 하루는 고단한 몸을 추스릴 사이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밤 늦도록 들판에서 살게 됩니다.


논갈이 및 가을보리 파종, 마늘 심기와

양파모종 이식도 이때가 적기이고 절정입니다.

 

 

 

 

바쁜 농촌이지만, 두견주(杜鵑酒:진달래꽃술)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절기주,

 

국화주(菊花酒) 빚는것을 잊지않았습니다.

 

연중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에 높은 곳에 올라 양(陽)의

극치인 태양을 가까이 하면 일년 내내

건강해진다는 믿음에서,

 

가을에 산을 오르는데 이때 주변의 야산에 핀

감국(甘菊: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을 따와서 화전(花煎)과

차(茶)로 또 술에 띄워 마시다가,

 

술이 상비식(常備食)으로 자리 잡으면서 평소에 빚어 마시는

가양주(家釀酒)에 감국(甘菊)을 드리워 그 향기와

가을의 계절감을 즐기는 절기주로

즐겨온 것입니다.

 

 

국화주(菊花酒)는 선비들 사이에서 즐기던 것으로,

 `화향입주법(花香入酒法)`이라 하여 숙성된 술에

말린 국화를 넣어 그 향을 감상하는데,

 

민가에서는 술을 빚을 때 생화를 솔잎과 함께

직접 버무려 넣기도 하며,

 

국화 외에 숙지황, 구기자, 지골피를 함께 넣어

향기와 약효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국화주(菊花酒)는 향기도 으뜸이거니와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청혈해독(淸血解毒)과

말초 혈관 확장의 효능이 있어 예부터

장수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한사모 회원님들은 3,800리 우리나라 둘레길을 걸을때

동해안 1,500리 `가을 해.감국(海.甘菊)`을 따다 빚어

 

봄 철 걸을 때 무겁게 가져와 마셨던

`권영춘국화주`를 모두는 잊지 못 할 것입니다.

 

아마, 그 국화주(菊花酒) 힘으로 3,800리를 완주했나봅니다.

 

상강(霜降)이 되면 풍류와 술을 좋아했던 옛 조상들은

늦가을 단풍과 국화를 즐기며 한 해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지금도 전해져 내려와 첫 서리에 물든

단풍이 최고조인 이 시기에 단풍구경을 가고

 

곳곳에서 열리는 국화전시회에 가서 

아름다운 국화를 감상하며, 

 

서리를 맞아도 고고한 국화에서 어제의 자화상을 찾고,

찬바람에 떠는 단풍과낙엽에서  내일의 자화상을

정직하게 그려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또한 한 해 김장 김치의 맛이 `상강`에 달려있다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실제로 `상강` 무렵, 서리를 맞은 배추와 무우는

수분이 많아져 아삭거리는 질감이 좋고 식감도 좋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이야기라고 합니다.

 

배추와 무우농사를 하시는 회원님은

김장철(`입동`무렵)이 될 때까지 잘 보살피시기 바랍니다.

 

 

입동(立冬)이 되면 봄부터 바쁘게 일만 하던 농촌의

황소들도 한 숨을 돌리면서 편안하게 쉽니다.

 

<황소를 몰 때 『왜 "이랴! 이랴!" 할까?』요.>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옛날 두메 산골에 처녀 여장부(女丈夫)가 살았습니다.

처녀는 어려서부터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산골 전답을 부쳐가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황소 등에 짐을 싣고

고개를 넘어 장(場)엘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집을 떠나 얼마 동안은 황소가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고갯길을 한참 오르더니 중간쯤에서 딱 멈춰

서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처녀는 손으로 황소의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가자, 가야지, 착한 우리 황소." 하며

달래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이번에는 길가에서 나뭇가지를 꺾어

황소 엉덩이를 치며 또 재촉하였습니다.

 

"황소야 빨리가자, 안 가면 또 때린다." 하였지만,

황소는 꼼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커다란

눈으로 처녀를 얕잡아 보는 듯

했습니다.

 

이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처녀는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팔을 걷어붙이고는 있는 힘을 다하여

황소를 번쩍 들어 머리에 이고

고갯길을 올라갔습니다.

 

황소는 깜짝 놀라기도 하였지만,

처녀의 머리가 배를 찌르고 짐은 등위에서 한없이

누르고 하여 그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황소는 네발을 버둥거리며 내려 달라고

애걸복걸하였습니다.

 

처녀의 머리에서 내려진 황소는 한참을 가다가

또 고갯길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고갯길을 오르던 황소가 또 멈춰 서려고 하자,

처녀가 크게 소리쳤습니다.

 

《"너 또 이랴?"》

 

황소는 겁이 나서 쉬지도 못하고 고개를

넘어 처녀와 함께 무사히 장엘

다녀왔다고 합니다.

 

이후로 소들은『`이랴`』소리만 들어도

머리에 이는 것이 무서워 사람의 말을 잘 듣게 되었고,

 

사람은 소를 부릴 때마다 [`이랴` 이랴`]

하였다고 합니다.

 

-<박호순:`일반풍속`중에서 옮김>-

 

 

늦가을이 시작되는 상강(霜降) 오늘,

가을 별미 `추어탕(鰍魚湯)과 국화주(菊花酒)를 드시며, 

 

소개하는 시 한수로 `나의 늦가을`을 맞이하시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있는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1534-1591)의 `상강(霜降)`입니다.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半夜嚴霜遍八紘 肅然天地一番淸]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望中漸覺山容瘦 雲外初驚雁陳橫]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殘柳溪邊凋病葉 露叢籬下燦寒英]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却愁老圃秋歸盡 時向西風洗破觥]》

 

2014年 霜降日

김태종 드림.

 

 

-<이생강 / 대금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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