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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7 경칩 본문
한밤의 사진편지 제2067호 (14/3/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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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 개구리
밤이 깊어갑니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나오고,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버러지도 땅으로 올라온다는 경칩(驚蟄)이 오늘입니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리니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경칩(驚蟄)인 것입니다.
어제 저녁 일기예보는 오늘,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고 꽃샘추위가 금요일 까지 계속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봄이 오려면 아직 먼듯한 예보였습니다. 아직은 투터운 옷을 벗기에는 이른듯 합니다.
그러나 경칩이 오늘이니, 조상들이 맞이했던 경칩(驚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경칩때는 땅 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완전히 겨울잠에서 깨어납니다.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합니다.
이때 부터 농촌의 봄은 시작됩니다.
씨뿌리는 수고가 없으면 결실의 가을에 거둘것이 없듯, 경칩때부터 부지런히 서두르고 씨 뿌려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배모를 심고 과일밭을 가꾸는 등 농사가 본격화됩니다.
동지로부터 경칩 무렵까지 집안에서 쉬고 있던 소들이 집밖에서
<밭가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때>가 바로 경칩 무렵 이때입니다.
농사만 바쁜 일이 아닙니다.
농가에서는 장 담그기를 합니다. 장 담그는 일은 가정의 일 년 농사라 할 만큼 중요했습니다.
훌륭한 장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 선택(콩,소금,물)과 주부의 손끝 정성에 있다고 합니다.
잘 씻어 말린 장독에 메주를 넣고, 체에 받쳐 거른 소금물을 메주가 잠길 정도로 붓습니다. 그리고 고추,참숯 등을 함께 넣습니다.
고추의 붉은색은 악귀를 쫓고, 참숯은 살균작용을 하기에 꼭 넣었습니다.
장을 담근 장독에는 잡귀가 들지 못하도록 왼새끼를 꼬아 솔잎, 고추, 한지를 끼운 금줄을 쳐 장맛을 지켰습니다.
반찬이 변변찮던 시절, 농가에서는 맛의 근원이었던 장을 무척이나 아꼈습니다.
안동지방에서 알아준다는 종가집 종부는, "진짜 올장 담그기는 정월에 해야 해. 요즘이사, 삼월도 좋고 사월도 좋지만 그러면 장맛이 제대로 안 나.
티가 쓸고, 곰팡이와 구더기가 잘 들게 돼 장맛이 영 파이지."라고 충고합니다.
날이 완전히 풀리는 경칩 때가 되면 겨우내 쌓인 변소 인분을 펴냈습니다.
인분은 직접 논밭에 뿌리기도 하지만 집 한켠에 쌓인 퇴비더미를 파고 묻어서 몇 달간 잘 썩은 거름을 파내어 논밭에 내어 뿌렸습니다.
퇴비더미를 '두엄'이라고 하는데, 두엄은 인분 또는 외양간에서 나온 쇠똥, 돼지우리에서 나온 돼지똥, 염소똥, 닭똥, 누에똥 등 각종 찌꺼끼가 섞인 거름으로 주재료는 역시 똥이었습니다.
금비(金肥)를 양약이라 한다면 퇴비(堆肥)는 한약입니다.
퇴비는 지력을 높이는 농토의 보약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퇴비 만들기에 열을 올린 이유도 바로 지력 증진을 통한 생산량 향샹에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질소, 인산, 가리로 대변되는금비(金肥)가 없었기에 퇴비와 똥, 아궁이의 재(灰) 등을 농사에 이용하였습니다.
그것도 부족해 땟물조차 거름으로 만들고, 오줌도 아무데서나 누지 말고 꼭 집에서 누도록 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꼭 집 두엄에다 참고 참았던 오줌을 시원하게 누곤 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을 봄의 시작으로 보았습니다.
"동면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寅月]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驚蟄)에 해당하며,
음력 9월[戌月]에는 동면을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라고 동의보감(東醫寶鑑)은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경칩이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이므로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시기임을 의미합니다. 성종실록(成宗實錄)에 <우수(雨水)>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驚蟄)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春分) 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듯이,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였습니다.
또한 경칩이 되면 초목의 싹이 돋아나고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고 믿는 조상들은,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알을 건져다 먹기도 했습니다.
또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했습니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습니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재를 탄 물그릇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했습니다.
경칩에는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 해 농사를 예측하는보리점을 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를 베어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그 수액(水液)을 마셨습니다.
특히 전남 구례의 송광사나 순천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유명했습니다.
보통의 나무들은 절기상 2월의 중기인 춘분(春分)이 되어야 물이 오르지만 남부지방의 나무는 다소 일찍 물이 오르므로,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로쇠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 일기(日氣)가 불순하면 좋은 수액이 나오지 않고, 맑은 날 채취한 수액이 약효가 있습니다.
경칩이 지나서는 수액이 잘 나오지 않으며, 나오더라도 그 수액은 약효가 적습니다.
이처럼 경칩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봄이 시작되는 절기로 조상들은 보았습니다.
우수(雨水)에 채취한 지리산 고로쇠를 보내준 남원 뚝배기 김재관 님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경칩을 멋지고 아름다운 날로 보냈습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씨앗을 서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는 연인의 날이 바로 경칩날이었습니다.
옛 문헌 ["사시찬요"]에 보면 은행 껍데기에 세모난 것이 수 은행이요, 두모난 것이 암 은행이라 했는데,
정월 대보름날 은행을 구해 두었다가 경칩날 지아비가 세모 은행을, 지어미가 두모 은행을 맞바라 보고서 생긋 웃으며 먹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겠습니까.
처녀 총각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 수나무 암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고 또 정을 다지기도 햇습니다.
은행나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에만 자라는 동방(東方)의 나무입니다.
두 갈래진 은행 나뭇잎을 처음 본 독일의 문호(文豪) 괴테는,
<"잎은 하나이면서 둘인가 / 둘이면서 하나인가 / 아! 사랑은 저러해야 하는 것을...">하고 읊었음도 은행나무가 사랑나무임을 시사 한 것입니다.
경칩날을 사랑의 날로 즐기던 조상님들의 훌륭한 멋도 맛도 알지 못한 체,
<발렌타인대이>니 <화이트대이>니 시끌법적 왁지지껄 둥둥 뛰면서,
초콜릿이나 사탕을 나누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조상님이 보시면서 무어라 하실지, 부끄럽고 면목이 없는 밤입니다.
경칩이 오면 수난을 당했던 동물은 개구리였습니다.
현재는 보호종으로 포획이 금지돼 있지만 과거 식용으로 이용돼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몸에 좋다고 해 무분별하게 포획을 해 왔기때문입니다.
개구리는 이른 봄 습지나 못자리를 위해 일찍 물을 가둔 논에 알을 낳습니다.
그러나 관개시설이 개발되면서 습지가 있던 들판은 농경지로 대부분 바뀌어 개구리가 안전하게 산란할 장소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피해를 들 수 있습니다.
올챙이가 성장할 무렵 제초제나 농약의 대량 살포로 전멸을 당하곤 합니다.
살충제의 살포는 개구리의 먹이인 곤충까지 전멸시켜 버립니다. 하천 오염 등으로 개구리의 서식지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경칩에 힘차게 뛰어 나오는 개구리의 모습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찬란한 아침햇살 담뿍 받으시고,
세모 은행, 두모 은행을, 없다면 아무 은행이나 드시면서 오늘 경칩날이 어제보다 더 즐겁기를 기원합니다.
김태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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