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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이야기

추사 김정희(秋思 金正喜)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불꽃緝熙 2024. 1. 22. 21:01

◈ 추사 김정희(秋思 金正喜)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1850년대, 종이에 먹, 조선, 추사 김정희(秋思 金正喜)

 

- 추사는 어느 날 난을 쳤다. 잔심부름을 하는 아이 시동인 달준이를 주기 위해 20년만에 우연히 난을 친 것이다. 이 난을 치고 추사는 흥분했다. 추사 자신이 봐도 명작이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그렸는데 하늘의 본성이 드러났다며 이를 "유마의 불이선"에 빗대 <불이선란>이라 이름 붙였다. 난초그림 불이선난에 붙은 화제의 뜻이 의미심장한데...

 

“진리를 표현할 수 있는 난그림 찾아 20여 년 헤메었는데 우연히 ‘불이선 난’이 그려졌다. 매우 기쁘구나! ...”

 (추사의 기쁨이 강하게 전해 온다)

 

*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의 화제(畵題)와 해설(解說)

 

ㅇ 작품의 위쪽에 있는 화제(畵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不作蘭花二十年 偶然寫出性中天 閉門覓覓尋尋處 此是維摩不二禪 若有 人强要爲口實 又當以毘耶 無言謝之 曼香”

“난(蘭) 그림을 그리지 않은지 이십년, 우연히 하늘의 본성을 그렸네. 마음속의 자연을 문을 닫고 생각해 보니, 이것이 바로 유마힐(維摩詰)의 불이선(不二禪)이다. 어떤 사람이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강요한다면 비야이성(毘耶離城)에 있던 유마힐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과 같이 답하겠다.”

 

ㅇ 작품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려 쓴 화제(畵題)는 다음과 같다.

“以草隸奇字之法爲之 世人那得知 那得好之也 謳竟 又題”

“초서와 예서, 기이(奇異)한 글자를 쓰는 법으로써 그렸으니 세상 사람들이 어찌 알 수 있으며, 어찌 좋아할 수 있으랴. 구경 또 씀.”

 

ㅇ 작품 왼쪽 아래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내려 쓴 화제가 있다.

“始爲達俊放筆 只可有一 不可有二 仙客老人”

“처음에는 달준에게 주려고 그린 것이다. 다만 하나가 있을 뿐이지 둘은 있을 수 없다. 선객노인”

 

ㅇ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화제(畵題)가 있다.

“吳小山見而 豪奪可笑”

"오소산이 이 그림을 보고 얼른 빼앗아 가려 하는 것을 보니 우습도다."

 

 

-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는 그림의 제목인 불이선란(不二禪蘭)은 김정희의 글 중 유마(維摩)의 불이선(不二禪)을 언급한 부분과 관련 있다. 이 작품은 난초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이 아니라 서예적 필묵의 운용으로 완성된 독특한 묵란도이다. 난을 둘러싸고 세 개의 제발(題跋)이 있는데, 각각은 그림을 그리게된 동기와 방식, 그림이 주인이 바뀌게 된 사연을 알려준다. 제발의 위치와 글자의 진행 방향은 그림과 조화를 이루도록 적절하게 계획되어 뛰어난 공간 구성 능력을 보여준다. 가로획과 세로획의 차이가 분명하면서도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서체의 특징과 글에서 언급한 인물들로 보아 1852년 8월 함경도 북청 유배에서 돌아온 후 경기도 과천에서 거주햇던 시절에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