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며칠 동안 추운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추위의 끝자락에는 눈이 내리고 눈이 올 때는
날씨가 포근해서 거지도 빨래해 입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물론 포근한 날씨 후에는 다시 추위가 옵니다.
이러한 기상현상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겨울 날씨입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제(12월 9일) 일기예보를 보면 밤늦게 눈이 오기 시작하여
내일(12월 10일) 새벽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는 것입니다.
영서지방은 대설 주의보가 내리고 서울지방은 오후에
눈이 1cm 가량 더 오는데 곳에 따라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걷기 안내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답사를 하여 걷기 코스의 안전,
거리, 소요 시간 그리고 저녁 식사 장소를 물색해서 예약을 합니다.
그러나 걷기에 좋은 날씨는
예약할 수가 없어서 기원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오늘 날씨가 좋기를 기원했으나 금년 들어 처음으로 눈이
쌓였는데, 서울의 아침 적설량이 4.3cm로 제법 많이 왔습니다.
오후 기온이 7℃로 포근하겠다는 것이 다소 위안은 됩니다.
‘눈이 펑펑 내리고 많이 쌓이면 얼마나 멋질까. 눈을 함빡 맞아가며
눈싸움도 해가면서 신나는 걷기가 될 것이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아마 젊었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쌓인 눈 때문에 참석 회원이 없으면 어떡하고,
아니 그보다도 눈길에 안전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점심때부터 햇빛이 나고 포근해서 눈이 거의 다 녹았습니다.
오후 2시 반 옥수역 한강 나들목에 33명의 회원이 모였습니다.
권영춘 회원은 식사 장소로 직접 오기로 했으니 34명인 셈입니다.
그 시각 바람도 거의 없고 햇빛이 비추어
그런대로 한강 가의 날씨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회원님들이 집에서 출발할 시간에는 일기예보도 그렇고,
눈은 쌓여있고 잔뜩 흐린 날씨였을 것인데 여기에 나오신 회원님은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이 모두 좋은 회원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인원 점검 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곳은 철새 도래지로 겨울철에는
수만 마리의 철새가 장관을 이루는데
아직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지 않아서인지
강변에는 까막까치 떼가 조금 보이고 수십 마리 정도의 기러기가
시옷자 형태로 나는 장면이 한두 번 보이는 것 외에는 조용했습니다.
금호나들목 입구 야외무대 객석에서
전체 회원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객석 위로 커다란 흰색 지붕이 있어서
나무로 된 앉을자리는 눈이 쌓이지 않아 앉기에 좋았습니다.
눈이 녹아 질퍽이는 곳이 조금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걷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용비교 옆에 사람과 자전거 전용 다리를 건널 때
갑자기 하늘이 흐리더니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우산을 쓸 만큼은 아닌 채로 곧 끝났지만 다리를 건널 때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저와 회원님들을 긴장시켰습니다.
그러나 바람도 곧 잦아들고 그런대로 날씨는 괜찮았습니다.
내일(10월11일)은 기온이 최저 -8℃, 최고 -5℃,
모레는 최저 -12℃, 최고 -6℃가 된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오늘 날씨는 좋은 셈입니다.
청계천과 한강 합수부 위의 다리를 건너 한강 수변 공원을 지나
강변북로를 건너는 긴 다리 위로 올라갔습니다.
제가 지난해 한글날에 걷기 안내를 하게 되어
이 길을 걸었는데, 이곳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은 한강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포토 존에서 사진을 모두 찍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때마침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황색의 노을이 보기 좋아 감탄하며 바라보는 정도였고
김민종 사진위원님만 분주하게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긴 다리를 건너자 서울숲이 시작됩니다.
숲은 푸르게 우거졌을 때가 제격인 것 같습니다.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늘어선 서울숲에
아직 덜 녹은 눈이 희끗 보이는 숲은
말 그대로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사슴우리, 바람의 언덕은 쉬어가는 곳이지만
화장실 들릴 시간만 머무르고 바로 걸었습니다.
그리고 곤충정원에서 20분간의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곤충정원 안에 들어가 1, 2층에 전시된 곤충을
전부 관람한 회원님도 계시고, 이미 전에도 보셨으니까
대강 보시고 휴식을 하는 회원님도 계셨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나비정원은 다시 건축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두 헐어내고 펜스를 쳐서 접근을 못하게 하였습니다.
서울숲 터는 조선시대엔 말 목장,
임금님의 매 사냥터, 군대사열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1908년 우리나라 최초의 정수장이 조성되었는데
지금도 아리수 정수센터, 한강사업본부, 수도박물관이 있습니다.
1954년 서울경마장이 개장되었고 골프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생태공원이면서 문화와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었습니다.
갤러리정원, 커뮤니티가든, 영주사과길을 지나
숲속놀이터, 무장애놀이터를 지나며 걸었습니다.
놀이터에는 어린이도 어른도 아무도 없었고
우리 회원님들만 눈이 녹아 조금은 질퍽이는 길을 걸었습니다.
연못이라 하기엔 너무 크고 작은 호수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있는
쉼터는 휴식하기에 좋은 곳이지만 겨울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변쉼터와 커뮤니티센터를 지나 호수 위로 난 다리를 건넜습니다.
어둠이 밀려와 시간을 보니 4시 반이었습니다.
넓은 서울숲 잔디광장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나와
지금은 물이 없는 물놀이 터와 거울연못을 지났습니다.
조각상도 보입니다. 지금은 분수가 운영되지 않지만
여름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바닥분수가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 사이에 손주들과 가끔 들러 놀던 추억이 있는 장소인데
지금은 쓸쓸하게 보이는 황량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봄이 오면, 그날이 오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입니다.
분수를 자나면 군마상이 보입니다.
과천으로 경마장이 옮겨지기 전
소위 뚝섬 경마장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경마와 경마 위에
기수가 타고 날렵하게 달리는 모양의 군마상입니다.
이런 것을 보는 둥 마는 둥 스쳐지나 저녁식사 장소를 향해 걸었습니다.
식당에 도착하니 예정된 도착시간인 오후 5시가 되었습니다.
가끔 햇빛이 비취기는 했으나 우중충한 겨울 숲길을
열심히 걸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녁식사는 생고기전골로 하였습니다.
후식으로는 귤이 제공되었습니다.
오늘 이영례 회원과 함께 안내를 맡은 저는 건배를 제의했습니다.
건배사는 "한사모 멋져!" 로 간단하게 하였습니다.
식당이 우리 한사모 회원 외에는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으나
두 팀이 더 와 있어서 조용하게 했습니다.
다음 주(12월17일) 제 502회 주말걷기 안내를 맡으신
이규선 회원님(김용만 고문님)께 한사모기를 인계하였습니다.
다음 주에는 5호선 '올림픽공원 역' 개찰구 앞 광장(지하1층)에서
만나 올림픽공원과 성내천 천변길을 걸을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올 해의 마지막 주말걷기이니 많은 참석바랍니다.
귀가를 위한 전철역은 분당선 서울숲역과 2호선 뚝섬역입니다.
오늘 사진을 찍어주신 김민종 사진위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함께 걸어주신
한사모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안내자 이영례, 이규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