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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2-14 묵은 세배, 섣달 그믐 본문
한밤의 사진편지 소식 제2042-14호(14/1/30/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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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세배, 섣달그믐.
밤이 깊었습니다. 계사년 끝 날, 섣달 그믐날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검은 뱀의 해 계사년은 청마의 해 푸른 말 갑오년과 자리바꿈을 합니다.
섣달이 되고 그믐날이면 열두 살로 끝나버린 저의 묵은세배를 생각하곤 합니다.
아버지는 섣달그믐날 저녁이면, 저를 데리고 한 동네에 사셨던 고모부님과 고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오는 길에 몇몇 이웃 어른께도 인사를 드리도록 했습니다.
한 햇 동안 탈없이 잘 크게 해준데 대한 감사의 절을 올리라고 했습니다.
내일은 큰 설이고, 오늘은 작은설이라고 하셨습니다.
작은설에 조상과 어른께 드리는 절이 묵은세배이고 묵은세배는 일년동안 보살펴주시는 은혜에 감사하는 세배라고도 하셨습니다.
묵은세배를 드릴 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세배드려도 어른들은 좋아하는 엿하나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가서 드리는 묵은세배를 저는 싫어했습니다.
설 날 아침, 형님을 따라 드리는 세배가 더 좋았습니다.
돈 받은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엿이나 한과, 조청에 떡 등 맛있는 것을 실컷 먹은 기억이 더 납니다.
저의 작은설 묵은세배는 열두 살로 끝났습니다. 작은설 묵은세배는 아버지가 곁을 떠나면서 저에게는 없어졌습니다.
묵은세배는 한 햇 동안 탈없이 지낸데 대한 감사와 무사안일의 공덕을 아랫사람이 윗어른에게 돌리며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이고,
설날 세배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내려주는 배려의 마음임을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섣달 그믐날 밤,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놀리시던 두 분 형님도 저의 곁을 떠나 안계시는 오늘 섣달그믐 밤,
그 옛날을 생각하며 저는 방,부엌,거실, 화장실 집안 구석구석에 불을 켜놓고 새벽닭이 울(?)때 까지 잠을 자지 않고 싶습니다.
잡귀의 출입을 막고 복을 받는다는 도교적 풍속임도 알고 있으나,
그것보다도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은
아버지로서, 할아버지로서 매년 섣달이면, 아쉬움과 그리움에 가슴앓이를 하는 저에게 멋을 부리게 한 글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2014년도 첫 주말걷기(318회:2014.1.5.)후기에서 저에 가슴을 울려주었던 <황금철 님>의 이 글이었습니다.
-[#. 섣달그믐 밤
광해군 :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이 큰” 이유는 무엇이요? 이명한 : “인생은 부싯돌의 불처럼” 짧습니다.
그러므로 밤이 새도록 자지 않는 것은 잠이 오지 않아서가 아니고,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흥에 겨워서가 아닙니다.
묵은해의 남은 빛이 아쉬워서 아침까지 앉아 있는 것이고,
날이 밝아오면 더 늙는 것이 슬퍼서 술에 취해 근심을 잊으려는 것입니다.]-
-<이명한(1595-1645), 광해군 策問中, 400 여년전>-
섣달 그믐 오늘 밤, 저도 근심을 잊어보렵니다.
그리고 피할려고 했으나 팔자에 있었는지(?) 피하지 못한 저에게 맡겨진 한사모 회장일을 받아드리고 한사모와 한사모 회원님 만을 위하여 즐겁게 봉사하려고 합니다.
더 늙기전에 말입니다.
본의 아니게 어쩔수 없이 앞에 나서서 하는 일이라 좋은 말보다는 욕먹을 때가 있고 터무니 없는 이야기도 들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듣고 있습니다.
팔자려니 하고 저에게 남은 빛이 아쉽지 않게 술 한 잔에 웃는, 섣달 그믐밤. 나와의 대화를 길게 오래오래 나누어 보렵니다.
작은설날 오늘 새벽, 회원님에게 묵은세배를 올립니다.
계사년 한 해 저에게 보내주신 회원님의 성원과 회원님의 따뜻한 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섣달 그믐 찬란한 아침햇살을 가슴 가득히 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김태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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