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궁궐지킴이
2042-13 제321회 성북동 대사관저길 주말걷기 본문
한밤의 사진편지 소식 제2042-13호 (14/1/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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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회 '성북동 대사관저 길' 주말걷기 후기
글 : 이순애 (주말걷기부단장-<soonae1211@naver.com>)
사진 : 이영균 (사진위원 -<ykrhee10@hanmail.net>)
윤종영.홍종남, 김동식.송군자, 이달희.박정임. 이창조.정광자, 김태종,양정옥, 정정균.임금자. 박동진.방규명, 김영신.윤정자 이흥주, 심상석, 주재남, 김성래, 허필수, 정전택. 이석용, 고영수, 남정현, 김민종, 박화서. 김창석. 황금철, 장주익, 이영균, 박해평, 안철주. 윤삼가, 김정희, 임정순, 최경숙, 윤정아, 김소영. 이영례, 이순애, 안명희, 정미숙, 조순금. (44명)
1월 26일 늦은 두시 삼십분, 바람은 쌀쌀하지만 햇빛이 찬란합니다.
어제는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언제 비가 왔었느냐고 되묻는 오후.
그래도 44명 한사모 회원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난 주를 생각합니다.
갑자기 한상진 고문님을 잃고 놀란 마음에 윤봉수 회원님의 어머님 타계 소식으로 어리둥절한 마음을 가다듬고 주위를 헤아려봅니다.
만나서 안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다는 선물에 위안이 되고 있지요?
오늘은 성북동 대사관저길을 걷습니다.
-<한성대역6번출구~시인조지훈집터~네팔대사관~베네스웰라. 그리스대사관저~호주대사관저~홍익사대부고뒷길. 사우디아라비아~아일랜드대사관저~중국·캐나다대사관저~
성가정입양원~ 성락원~성북동 천주교성당~ 에디오피아대사관저~ 길상사~한국가구박물관~독일대사관저~브라질· 덴마크대사관저 ~일본대사관저 ~수단·오스트리아대사관저~성북우정공원~만해산책공원. 서울과학고·경신고후문 서울성곽길 ~식당
주한 외국대사관은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에 많지만 관저는 성북동에만 40여개가 모여 있어요.
왜 성북동에 이토록 많은 대사관저가 밀집되어 있을까요?
남산 아래 한남동이 한강을 낀 배산임수지역이라면 북악산 아래 성북동도 청계천을 낀 역사문화지역으로 이름난 곳이지요.
거기에 서울 도심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때문이겠지요.
더구나 성북구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명성이 커지면서 외교단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한 것입니다.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를 지나 북악산을 향해 걷습니다.
가로수마다 태극기와 성북동 대사관저가 있는 나라의 국기가 함께 펄럭입니다.
다문화 축제의 현장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엿보기에 그만입니다.
시인 조지훈 집터 입구 큰길가에 시인의 방을 조형물로 꾸미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시인의 시 <낙화>를 새겨놓은 동판 앞에서 제가 낭송을 했습니다.
낙화 /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요즘 며칠 성북동 답사를 다니면서 몇 번이나 이 동판 앞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는 읊조렸지요.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그래도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박화서 회원님이 고개를 끄떡이셨습니다.
오른쪽으로 길을 꺾어들면 여느 동네와 비슷한 낯익은 풍경들 철물점 음식점 세차장 미장원이 친근합니다.
별 특색이 없는 붉은 벽돌 건물 앞에 조지훈 집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습니다.
돌판에 대표시 <승무>와 승무를 추는 모습이 새겨져 있어요.
조지훈 청록파 시인인 지훈님은 경북 영양 출신으로 본명은 조동탁(趙東卓)입니다.
이창조 위원장님이 고대 재학시절 교양국어를 배우셨다지요. 조동탁 교수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조지훈 시인이라서 놀라셨답니다.
자연과 불교를 향한 관심이 작품에 많히 반영되었는데 4.19때 시위학생에게 주는 <너희 마음을 우리가 안다> 라는 시를 발표해서 또 세상을 놀라게 했지요.
캐나다 호주 스웨덴 콜럼비아 대사관저 방향을 알리는 표지를 띠라 올라가면 네팔대사관이 보입니다.
성북동에는 대사관저가 많지만 대사관이 있는 나라는 네팔 한 곳밖에 없어요. 관저는 남산 힐튼 호텔 거너편에 있지요.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한 국가로 지형이 험악하기로 유명한 산악 국가 네팔은 인도와 중국 사이에 끼어서 완충 작용을 하는 전략 요충지래요.
성락원 기와담장을 끼고 돕니다.
조선 후기의 정원으로 뒤에 산 언덕을 등지고 계곡과 연못과 바위와 한옥이 그림 같아서 우리나라 명승 5경에 든다고 합니다.
철종때 영의정을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었으나 고종의 아들 의친왕이 살던 별궁이기기에 고종이 쓰시던 가구와 외국에서 받은 받은 선물도 있다는군요. 그러나 사유지라서 들어갈 수가 없어요.
앞집 담장 높은 대문 안에서 짖어대는 개소리를 들으며
베네즈웰라대사관저에 도착합니다.
중남미 작은 나라 베네즈웰라가 각종 미스 유니버스대회에서 상위를 휩쓰는 비결을 아시나요?
석유 이외에 산업도 자원도 없는 나라의 국가 정책이 미인 만들기랍니다.
빈민가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 미인대회에 입상하여 부와 명예를 갖는 일이니까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길입니다.
그리이스 대사관저를 지나서 숨을 돌립니다. 지중해의 중심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 남단에 있는 그리이스는 헬레니즘과 그리이스정교를 꽃피웠지요.
오른쪽으로 호주대사관저를 향합니다. 대문을 기와 지붕으로 덮어 주재국에 대한 예의를 나타내고 있네요.
호주를 오스트레일리아로 부르는 바람에 이승만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여사를 호주댁이라고 불렀다는 김창석운영위원의 말에 웃다보니 내리막길입니다.
다시 평평한 길로 들어섭니다. 홍익사대부고 뒤편입니다.
사우디아리비아대사관저입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간, 아라비아 반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절대군주제 국가이지요. 석유가 많이 나서 때 중동 붐이 한창일 때 건설업계에서 재미 좀 봤지요?
사막과 낙타가 많은 이슬람 석유국가입니다.
곧이어 아일랜드 대사관이 보이네요. 영국과 아일랜드는 왜 그리 사이가 나쁠까요? 황금철 위원님이 퀴즈를 내자 이유를 얘기하느라 분주합니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는 원래 별개의 나라이지요. 700년간 이어져온 영국민의 지배에 저항한 결과 1921년 독립하였지요.
32개 카운티 중에서 26개 군만이 아일랜드의 영토가 되었으니 사이가 안 좋아요.
아이슬란드 공화국은 북대서양의 섬나라입니다. 아일랜드와는 다른 나라입니다.
다시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니 새빨간 국기가 눈에 띕니다.
중국대사관저입니다.
담장마다 중국풍 그림이 그려져 있어 금방 중국을 알 수 있어요.
해외 어디서든 자국을 알리려는 노력을 우리도 배워야 겠지요?
중국대사관저와 붙어있는 캐나다대사관저는 의의로 소박하고 아담합니다. 캐나다를 상징하는 단풍나무 잎이 정겹습니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나라이니 면적을 따지지 않나 봐요
북악산 산책로를 따라 걷다 성가정입양원에 닿았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시기 직전 이곳을 찾으셔서 갓난아이에게 우유를 먹이시던 모습을 기억하시지요?
바로 그 모습이 건물 벽에 크게 새겨져 있어요.
이곳에 봉사활동을 온 기억이 있다는 안명희 님은 차를 차고 오느라 위치는 기억이 안 나지만 바로 여기였다고 반색을 하시네요.
앙골라대사관저를 지나면 내리막길입니다. 앙골라는 최근 세계적인 자원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 나라입니다.
27년간 싸운 내전을 끝냈고 아프리카 석유생산 1위국으로 올라섰다고 하지요.
인적이 끊어진 저택이 이어지자 <우린 여기 그냥 살라고 해도 못 살아> 어느 회원님 말씀이 재미있어요.
이런 집을 유지하려면 돈의 개념은 초월해야 한다니까요.
성북동은 유난히 종교시설이 많습니다.
유명한 길상사를 비롯해서 성북동 천주교 성당과 덕수교회가 있지요.
그런데 가장 많은 것이 불교사찰입니다. 육화사 전등사 금강사 정법사 칠보사 실상선원 암자 등...
그래서 부동산 중개사들에게 성북동이 달가울 리가 없지요. 종교시설은 터를 널찍하게 자리잡은데다가 이사 갈 일이 없으니 그럴 수 밖에요.
기와 담장이 끊어진 곳으로 성락원 안이 보입니다. 들어갈 수 없는 대신 이렇게라도 계곡과 나무와 한옥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길을 바꿔 길상사 오르는 중간에 성북동 천주교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님 서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성모마리아의 해맑은 얼굴을 찬찬히 올려다 보았습니다.
정광자 회원님이 가톨릭 행사일로 이곳에 들르신 경험담을 들으며 길상사길을 올라갑니다.
에디오피아 대사관저를 지나갑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솔로몬왕 시대부터 시작되는 3000년의 긴 역사를 가졌고, 식민지배를 거의 받은 적이 없는 나라입니다.
오른쪽 길상사에 닿았습니다.
<아유 힘들어 쉬어서 가자>는 회원들 말씀을 이제야 들어드렸어요.
언덕길을 오르내리면서도 마땅하게 쉴 곳이 없어 아쉬웠거든요.
언제 와도 길상사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하고 정갈해집니다.
맑고 향기로웠던 법정 스님과 시인 백석과 자야의 가슴 시린 이야기들이 그냥 녹아내리기 때문입니다.
박화서표 인절미를 오늘은 두 개나 먹는 행운도 누렸습니다.
생각보다 적게 참여하신 회원님 덕분이었지요.
한 고문님 장지에 가시느라 못 오신 함 대표님과 이경환 부회장님, 멀리 앙코르와트 여행 하시느라 못 오신 박찬도 고문님, 상 중인 윤봉수 회원님, 라오스 여행에 감기가 겹치신 이규석 회원님 등...
따끈한 김창석 표 칵테일의 여운이 긴 탓인지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로 극락전 아래 계단에 앉아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4년 전 가을 바로 이 자리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함수곤 대표님은 종교시설에서 바지를 내려도 될까요? 하고 물으셔서 우리를 한바탕 웃겨주셨지요.
그때 얼굴을 붉히던 노을의 눈매가 더 더 황홀해진 것을 눈치 채셨나요?.
길상사 건너편 자연풍으로 음식이며 살림소품을 만들어 우리문화를 알리는 <효재> 간판을 눈에 담으며 언덕을 오릅니다.
한국가구박물관 입구입니다. 전통 목가구와 실내 장식품을 수집해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1996년에 개관했지요.
10여 채의 전통 가옥과 2000여 점의 전통 목가구와 옹기류 등이 전시돼 있대요.
전통 가옥은 1970년대 창경궁 일부가 헐릴 때 가져온 기둥과 기와를 살려 재건축한 건물을 비롯해 사대부집, 경주 최부잣집 곳간, 순천 송광사의 부엌 등을 본 떠 지었답니다.
예약제로만 운영하는데 입장료는 이만원입니다. 특히 작은 결혼식을 하는 사람이 요즈음, 박원순 시장 아들도 이곳에서 결혼식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지요.
호화결혼식이라 보도한 잡지와 전혀 아니라는 시장의 논쟁이 생각납니다.
정법사 정문 도착 직전 오른편 산자락에 숨어 있는 독일대사관저를 훑어봅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의 최강국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유럽연합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독일의 저력을 생각합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만드는 사설 세중박물관에 이릅니다.
성북동 330-1 일대 국가 지정 문화재인 북악산 능선을 파헤치고 경사가 30도에 가까워 박물관이 들어서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반대가 심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6년 공사를 끝내고 준공이 코앞이랍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친구인 천회장의 ‘세중문화재단’에 특혜를 줬다고 논란이 있었지요.
개관을 하면 꼭 한 번 와보고 싶다는 회원들의 탄성이 이어집니다.
돌박물관이 용인에도 있는 걸 알고 계시나요? 역시 천신일 회장의 개인 소유입니다.
정말 성북동 330번지 일대는 대단한 곳이더군요. 대저택이 밀집된 것도 대단해서 이곳 700채 정도의 저택 문패는 전부 앞에 330번지를 내세우고 있어요.
이제 브라질 대사관저입니다. 곧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될 테니 한동안 브라질 이름을 자주 듣게 되겠지요?
브라질 열대우림에서 생산하는 과일 열매인 아싸이베리가 노화방지에 최고라는 사실이 인터넷에 회자되면서 건강식품 코너마다 아싸이베리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이제 덴마크 대사관저를 지납니다. 2013년 유엔이 조사한 (세계에서 행복감이 높은 나라) 1위를 차지한 나라이지요?
안데르센의 동화를 떠오르게 하는군요.
산기슭 저택의 대문 위에서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일행을 반깁니다. 하도 한적해서 하루 종일 있어야 사람 구경 할 일이 없는데 갑자기 한사모 일행이 나타나니 개도 반가운가 봅니다.
<변종하미술관>이라는 문패가 특이합니다.
한국적 이미지를 새롭게 탐구했으며 홍익대와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변종하 서양화가, 2000년 타계한 작가가 살았던 집을 개조한 이 미술관은 정원과 산자락이 곧장 연결되어 있답니다.
정원에 놓인 작은 석물 하나도 작가가 깐깐한 안목으로 일일이 그 자리를 정해줬다는데 언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고 싶어요.
아래로 내려와 일본대사관저를 지납니다. 다른 대사관저 부근에는 군데군데 의경이 초소 안에서 근무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일본대사관 앞에는 의경 두 명이 꼿꼿이 선채 경비를 하고 있습니다.
풀리지 않는 특수관계 때문이겠지요?
이제 수단 대사관저를 지납니다. 600개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여서 종교도 다양하지요. 농업 잠재력과 부존 원유자원, 철광석·우라늄·목재 등 자원이 풍부하여 경제개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입니다.
유럽의 영세중립국 중 하나로 헌법에 영속적 중립성을 명시한 오스트리아대사관저를 지납니다.
우정의 공원에 닿았습니다.
성북동에 대사관저가 있는 나라의 국기가 힘차게 펄럭입니다.
건너편에 외교단지 타운하우스가 있습니다.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을 위해 지어졌지만 일반인도 거주할 수가 있답니다.
아, 심우장 오르는 길목에 만해 산책공원이 새롭게 단장을 하였어요.
만해의 황톳빛 흉상과 대표시 <님의 침묵> 시비가 나란합니다.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제가 <님의 침묵> 시를 낭송하자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아마 떠나신 한 고문님과의 인연 때문에 더 절절하게 낭송한 때문이겠지요.
삼일 운동 33인의 대표 중 단 한 번도 변절하지 않은 꼿꼿한 지조의 대명사이면서 누구나 쉽게 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로 시를 쓰신 섬세한 미학자 한용운 님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경신고등학교 후문을 따라 서울성곽 흔적이 남은 돌담길을 걸었습니다.
식당 <안동할매청국장>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건배사를 드리기가 한참 망설여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지훈의 시 <낙화>의 마지막 연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에서 따온
<꽃이 피는 저녁은>으로 술잔을 들었습니다.
회원들이<웃고 싶어라>로 화답해 주셨습니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겠습니까?
그래도 꽃이 피는 저녁도 있으리니 웃으면서 살아가야겠지요.
얼마 전 라오스여행에서 사 온 찹쌀 술 <라오라오>도 한 잔씩 드렸습니다.
지난 해 2월 제276회 서촌 인왕산 주말걷기가 끝나고 용금옥에서 한상진 고문님의 희수연를 축하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 자리에 안 계시다니요?
우리 회원들 희수연때마다 참석하시라고 그렇게 부탁드렸는데요. 제가 골목길을 안내할 때면 언덕배기를 오르느라 힘드실텐데도
<어떻게 이런 길을 알아냈어? 나 같으면 백 번을 찾아다녀도 모르겠어> 하고 격려해 주시던 말씀이 들려옵니다.
저와는 교원문학회에서 10년 이상 만나면서 한사모를 추천해 주신 분, 주말걷기에서, 문학회 모임에서, 또한 뜻이 맞는 4명과 만든 <삼수회>에서 자주 뵈었으니 참 인연이 남달랐어요.
아쉽고 그리워도 고생하지 않고 떠나셨으니 그래도 행복한 인생이셨지요? 교육정책 전문가에 영시, 수필, 바둑, 스포츠까지 즐겁게 섭렵하셨으니 다른 사람 100년을 산 날보다 꼭꼭 눌러쓴 세월이 값지셨어요.
김태종 회장님은 오늘 한 고문님의 발인식에 함 대표님과 이경환 부회장님, 이창조 위원장님과 김영신 총무님이 참석하셨고,
함 대표님과 이 부회장님은 용인 천주교 공원 묘원 장지까지 다녀오셨다고 전하셨습니다.
이렇게 숙연한 마음으로 행사 내내 박수를 치지 않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전전심 마음이 통한 밤이었습니다.
안철주 운영위원님께 주말걷기 깃발을 인계하였습니다.
이석용 단장님이 다음 주는 설날이 들어있어 가족과 지내시고 2월 9일 고속버스터미널역 8-1 출구에서 뵙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믿고 싶은 밤이었습니다.
-[제321회 ‘성북동대사관저 길’ 후기 사진 편집에 훌륭한 사진을 제공해 주신 이창조 전 홍보위원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김태종 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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