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지 않고 동그란
바다의 가슴을 보셨나요?
바다는
말이 없이 출렁이지만
넘칠 듯 넘칠 듯 일렁거리지만
느닷없이 성이 나서 덮쳐 오는
집채만 한 폭풍도
널따란 가슴에 감싸 안아 잠재우고
까다로운 아기처럼
끊임없이 보채는 파도도
다독여 잠재우고
'꺼억꺼억' 나직이 날다가도
모래톱에 모여 앉아
멀리 한 방향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갈매기들의 외로움도
동그란 가슴으로 품어 안아
그 속에 크고 작은
온갖 고기들과 해초들을
말없이 길러 낸다.
그래도 바다는
언제나 허허롭고
동그란 빈 가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