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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라가 사는 길 / 김성진 본문
"작은 나라가 사는 길"
우리나라가 스위스와 수교한 것은 1963년 2월이었다. 초대 스위스 대사를 지내고 귀국한 이한빈 박사는 『작은 나라가 사는 길 : 스위스의 경우』(李漢彬 著, 동아출판사, 1965)를 저술 출간했다. 2년 후, 서울대학교 大學新聞(제671호, 1967년 4월 10일)에 이 책의 서평이 실렸고, 평자는 당시 대학원장직을 맡으신 철학자 박종홍 교수였다. 저자와 평자 모두 스위스를 말하지만, 마음속 관심사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영토가 남한의 절반도 못 되는 小國 스위스에 대한 놀라움을 평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食量이 不足하여 절반은 輸入해야 하는 山岳과 湖水의 나라", 다른 나라 전쟁에 목숨 걸고 참전했던 "傭兵의 삯전으로 工業化를 시작하여 지금은 27만 명의 스위스人들이 6大洲를 좁다고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나라, 해안선 없이도 "세계 최대의 船舶機關工場이 있는" 나라, "大統領을 輪番制로 하는 나라", "工科大學만이 國立이요 職業敎育으로 中産層을 이룩하고 있는 나라", "赤十字가 밖으로 中立國으로서의 面目을 세운다면, 民兵制의 强力한 軍隊는 外冠의 침입을 방위함으로써 國基를 밑에서 받쳐 주고 있는" 나라, 그래서 우리에게 "寬容, 團結, 勤勉, 儉約과 貯蓄"의 교훈을 주는 나라 등등... 그리고 또 하나: "著者의 周旋으로 스위스 트로겐(Trogen)에 있는 「페스탈롯지 兒童村」에 「한국의 집」이 생겼고, 일전에는 국내 신문에도 귀여운 사진과 더불어 보도된 바 있었다." 서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책 표지로부터 끝장까지 그야말로 거룩함에 가까운 憧憬과 깨끗하게 용솟음치는 希望이 고교하면서도 힘찬 雰圍氣를 느끼게 하는 著述이다." 그래서 또 묻게 된다. 왜 스위스는 저자와 평자에게 이토록 깊은 인상을 남겼을까? 스위스와 우리 한반도 사이의 연결점은 정확히 무엇일까? 하기는 우리의 지정학적 상황을 가리켜서 흔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말해왔다. 이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가리킨다. 그런데 스위스인들은 그런 운명을 거슬러서 싸웠고, 당당한 승자로서, 그리고 동서 진영 갈등 중에도 중립국의 지위와 역할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작은 나라가 사는 길"의 또 하나의 사례를 꼽는다면 단연코 이스라엘이다. 인구 규모는 서로 비슷하지만, 영토는 스위스의 절반도 채 안 되는 나라,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서 그들만의 독특한 종교 전통과 민족성 때문에 지중해 연안과 중동의 거의 모든 나라로부터 적대시 받았으며, 심지어는 로마제국에 의해 나라를 잃고 세계 여러 나라와 대륙으로 흩어져 각자도생(各自圖生)과 '홀로코스트'(Holocaust)의 시련까지 겪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야 영국, 미국, 유엔(UN) 등의 지원 하에 1948년 5월 14일 신생 독립국으로 '부활'(復活)한 나라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시련의 현대사는 또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들의 옛 영토였던 팔레스타인 지역을 되찾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중동과 지중해 연안 및 북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아랍 진영 이슬람 국가들의 반대와 저항에 부딪혀 결사적(決死的)인 생존권 투쟁을 벌이며 싸워야 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복귀 저지를 목표로 1945년 3월에 결성된 '아랍연맹'(Arab League/League of Arab States)의 회원국은 원래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 일곱 나라였으나, 그 후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리비아, 수단, 튀니지, 모로코, 쿠웨이트, 알제리, 예멘(아덴), 바레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모리타니아, 소말리아, 지부티 등 아프리카와 중동의 다른 열네 국가가 추가로 연맹에 가입하여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활동을 지원했다. 반면에, 이스라엘의 옛 영토 회복과 독립을 군사적, 외교적으로 적극 지원한 세력은 미국과 UN 소속 서방 국가들이었다. 그래서 주변의 가까운 적들과 싸우기 위해서 멀리 있는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낸 이스라엘의 생존 전략은 '원교근공'(遠交近攻)에 비유될 만하다. 이제 스위스와 이스라엘과 중동 아랍연맹 이야기는 일단 뒤로 미루고, 박종홍과 이한빈 두 분의 뜻을 우리의 과제로 삼아보자. 우리 대한민국이 펼쳐 나가야 할 '작은 나라가 사는 길'은 무엇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물음 자체가 실은 매우 큰 물음이다. 결코 쉽게 답할 수 있는 물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 물음은 매우 중요하며, 꼭 필요한 물음이다. 오늘날 특히 그렇다. 이 물음에 답하기 어려운 이유 또한 분명하다. 어떤 답을 결론으로 내리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 운명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일단 다음의 두 가지를 인정하자고 제안함으로써 오늘의 이야기를 끝내려 한다. - 오늘날 이 물음이 우리에게 분명히 던져져 있다는 것이 하나이며, - 이 물음에 어떻게 답을 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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