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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1 - 한밤의 사진편지 제2781호([함수곤의 사람냄새] 세가지 후회/'20/2/15/토) 본문

한밤의 사진편지

2781 - 한밤의 사진편지 제2781호([함수곤의 사람냄새] 세가지 후회/'20/2/15/토)

불꽃緝熙 2020. 2. 8. 17:43



 

 

 

한밤의 사진편지 제2781호 ('20/02/15/토)

[한사모' 공식 카페] - '한밤의 사진편지 romantic w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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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36 >-

 

 

 

[함수곤의 사람냄새]


"세 가지 후회"

 

(이 글은 한밤의 사진편지 제1689호('12.7.28.토)로 발송되었던 것입니다.)

 

 

팔십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 온 이 시점에서

그동안 살아온 지난 삶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가장 후회스러운 것, 세 가지가 우선 떠올랐습니다.


첫째, 상대방의 의견이나 주장을 좀 더 잘 들어주지 못하고

대개 저의 단견과 고집대로 밀고 나간 적이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가족간에서 그랬고, 친구간이나, 직장에서도

그런 일이 자주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이나 주장이 보다 옳고 타당하다고 과신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잘 되는 길이라고 속으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둘째, 친구나 동료, 선후배들에게 좀더 배려하고,

좀 더 많이 베풀었으면 좋았을 걸, 그런 후회가 들었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친구, 동료, 선후배 등 주변 고마운 분들의

따듯한 사랑과 과분한 도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분들을 위해 과연 얼마나 배려했고,

그분들의 고마운 마음에 얼마나 보답하며 살아 왔던가 되돌아보니

퍽 소홀히 해 왔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셋째, 매사를 처리하고 해결함에 있어서,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평한 태도를 유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후회가 앞섰습니다.


저 나름대로 잘 한다고 노력해왔지만,

혹시 혈연, 지연, 학연은 물론 자신의 이해관계를 계산해서


저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판단하고,

처신한 적은 없었는지 묻는다면

'결코 그런적이 없었다'고 단언할 자신이 없습니다.


 

-<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36>-

 

 

이러한 세 가지 후회가 나이든 저의 머리를 무겁게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러한 후회스런 세가지 점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같은 뿌리에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욕심'의 뿌리였습니다.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 제 앞에 큰감을 놓고 싶은 욕심,

저와 얽힌 인연을 보다 공고히 해서 제 편을 확대하고 싶은 욕심,


언제나 남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고 싶은 욕심,

남보다 앞서가고 대우 받고 싶은 욕심 등

이런 욕심들이 저를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자기 주장을 무리하게 고집한 것, 좀 더 베풀지 못한 것,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 것, 이런 점들은 모두

저의 내면 깊숙히 감춰진 '욕심'이라는 뿌리에 이어져 있었습니다.


더욱 후회스런 것은 지금도 이러한 세 가지 후회스런 점을

여전히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이 많은 노인이 되면 욕심을 버려야한다'고

늘 입에 달고 살면서도

그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제가 욕심을 내던져 버린다면

위 세 가지 후회스런 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에서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과 주장을 항상 겸허하게 잘 경청하고,

항상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언제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사람들을 대하려고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36>-

 

 

마음은 그렇지만 그렇게 하려면 제 몸과 마음 속에서 먼저

욕심의 뿌리를 뽑아버려야 하는데 그게 잘 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욕심을 모두 내려 놓을 수 있다면 성인이겠지요.

죽는날까지 욕심을 내려 놓지 못한다면

그는 역시 보통 사람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聖人보다는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려고 죽는 날까지 꾸준히

노력하는 삶이 나이든 노년기의 삶이고,

수양이고, 수행의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원래 누구나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욕심과 아집, 독선, 자만, 거만 등과 같은 것들은

모두 이 자기중심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에 후회스러운 점들을 솔직하게 고백한 것은,

이러한 후회를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기 하기 위한

저의 다짐이고 공개 선언이기도 합니다.


함수곤 드림


(이 메일은 2012,7,28 '한밤의 사진편지'로 보냈던 것입니다.)

 

 

 

첨부이미지

 

* 편집 : 西湖 李璟煥

 

-<혜은이 - 제3한강교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