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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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곤의 사람냄새]
"세 가지 후회"
(이 글은 한밤의 사진편지 제1689호('12.7.28.토)로 발송되었던 것입니다.)
팔십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 온 이 시점에서
그동안 살아온 지난 삶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가장 후회스러운 것, 세 가지가 우선 떠올랐습니다.
첫째,
상대방의 의견이나 주장을 좀 더 잘 들어주지 못하고
대개 저의 단견과 고집대로 밀고 나간 적이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가족간에서 그랬고, 친구간이나, 직장에서도
그런 일이 자주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이나 주장이 보다 옳고 타당하다고 과신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잘 되는 길이라고 속으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둘째,
친구나 동료, 선후배들에게 좀더 배려하고,
좀 더 많이 베풀었으면 좋았을 걸, 그런 후회가 들었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친구, 동료, 선후배 등 주변 고마운 분들의
따듯한 사랑과 과분한 도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분들을 위해 과연 얼마나 배려했고,
그분들의 고마운 마음에 얼마나 보답하며 살아 왔던가 되돌아보니
퍽 소홀히 해 왔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셋째,
매사를 처리하고 해결함에 있어서,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평한 태도를 유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후회가 앞섰습니다.
저 나름대로 잘 한다고 노력해왔지만,
혹시 혈연, 지연, 학연은 물론 자신의 이해관계를 계산해서
저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판단하고,
처신한 적은 없었는지 묻는다면
'결코 그런적이 없었다'고 단언할 자신이 없습니다.
-<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36>-
이러한 세 가지 후회가 나이든 저의 머리를 무겁게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러한 후회스런 세가지 점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같은 뿌리에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욕심'의 뿌리였습니다.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 제 앞에 큰감을 놓고 싶은 욕심,
저와 얽힌 인연을 보다 공고히 해서 제 편을 확대하고 싶은 욕심,
언제나 남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고 싶은 욕심,
남보다 앞서가고 대우 받고 싶은 욕심 등
이런 욕심들이 저를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자기 주장을 무리하게 고집한 것, 좀 더 베풀지 못한 것,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 것, 이런 점들은 모두
저의 내면 깊숙히 감춰진 '욕심'이라는 뿌리에 이어져 있었습니다.
더욱 후회스런 것은 지금도 이러한 세 가지 후회스런 점을
여전히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이 많은 노인이 되면 욕심을 버려야한다'고
늘 입에 달고 살면서도
그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제가 욕심을 내던져 버린다면
위 세 가지 후회스런 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에서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과 주장을 항상 겸허하게 잘 경청하고,
항상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언제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사람들을 대하려고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