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1일. 주말걷기 505번째되는 날, 낮 2시 30분.
추워지겠다는 날씨 소식에 가슴 살짝 졸였는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낮이 되면서 기온은 봄날을 연상케 했습니다. 영상 5도 남짓.
멀찍이서 기다리던 ‘봄 아가씨’ 답답증 못 이겨 살짝 들른 때문 아닐는지요?
거리 멀고 자주 걷던 곳이라 식상할 법도 한데 43명이 모였습니다.
‘간식 준비 하지 않기’ 약속을 믿음으로 지키고자 애썼으나 약한 것이 남자인지라
방규명 님의 강한 의지를 거역할 수 없어 ‘모시떡’을 마련했습니다.
얼마 전 황망한 일 겪으신 김동식 고문님이 자녀분과 함께 나오셔서
위로해 주고 격려해주신 회원들에게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너무나 깊은 상처라 기나긴 세월 흘러도 아물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승에 발 디디고 살고 있으니 하루빨리 마음 추슬러서
일상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랄 뿐 입니다.
아직도 눈에 선연한 고인의 모습 그리면서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월드컵 경기장 뒷산인 매봉산 자락 길을 산책하듯 걷습니다.
산정으로 오르는 초입 비탈길.
오랜만에 걷는 언덕길이라 조금은 숨 가쁘고 다리 후들거려도
등에 살짝 물방울 맺히는 느낌은 차라리 카타르시스가 아닐는지요?
산꼭대기. 눈앞에 펼쳐진 전경이 상전벽해를 떠올리게 합니다.
15년 동안 쌓였던 쓰레기장이 이토록 예쁜 공원으로 변했다니…….
동시대를 살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동류의식이지요만
세월의 흐름이 얼마나 위대한지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아직도 붉은 악마의 함성이 들리는 위풍당당 월드컵 경기장과
평화공원 월드컵공원 주변 풍광이 가슴 속 앙금을 씻어주는 듯합니다.
눈에 익지 않은 크고 작은 원통형 건물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에 휘발유며 디젤, 벙커C유를 담아두던 탱크입니다.
그만큼 위험 시설이라 사람 접근을 막기 위해 시멘트 벽돌 담장을 둘렀다가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하면서 담장을 철거했다지요 아마?
그 ‘역사를 증거’하기 위해 남겨놓았다는 흔적을 볼 수 없어 살짝 아쉬웠습니다.
‘문화비축기지’로 들어섭니다.
부드러운 흙의 감촉과 투박한 흙냄새 맡으며 옛 추억 떠올리던 감성이
시멘트 감촉을 느끼는 순간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정서적 괴리를 느낍니다.
녹슬고 이끼 끼고 기름 냄새 풍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석유 비축기지'가
‘문화’라는 말로 대치되자 뭔가 세련되고 지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2번 탱크에 마련된 야외 공연장에서 잠시 목을 축입니다.
무대에선 젊은이들이 춤 연습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절도 있는 몸동작.
젊은이만이 가질 수 있는 패기와 열정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남학생들이 가슴 속살 드러내며 춤추는 여성에게 눈길 떼지 못하는 걸 보니
‘남자의 속성’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듯합니다.
한사모의 트레이드마크‘박화서표 인절미’가 어쩐 일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특별한 사정 있어 준비 못한 쑥스러움 때문 아닐까 생각 했습니다만
나중에야 그것이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찌나 송구스럽던지....
그 시간, 박화서 님은 다른 곳에서 인절미 펼쳐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터.
나중에 인절미 맛을 보기는 했지만 이때부터 관람은 뒤죽박죽이 됐습니다.
전시며 공연 없는 텅 빈 공간만 둘러보는 게 무의미하다고 여길 수 있겠지요만
석유 저장 탱크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려는 의미였는데
‘삐까번쩍 거리는 전시장’을 기대했던 분에게는 실망이 컸으리라 여겨집니다.
위 사진은 폐비닐로 만든 조형물입니다.
5개의 탱크가 있는 이곳은 41년 동안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하던 산업시대의 유산이고,
13~15층 높이의 석유탱크가 기둥 없이
사람이 오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했다는 것,
기본시설 열악하던 20세기 그 시절에 시설을 관리하던 사람들의 일상이 어떠했을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여긴 때문입니다만.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문을 닫은 채 10년 동안 방치하다가.
2013년 시민아이디어공모와 2014년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바탕으로
지금의 문화비축기지로 바뀌게 됐다는 것은 비람직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특이한 것은 모든 것이 기존 자원을 재활용했다는 것이지요.
탱크에서 해체된 내외장재를 이용해 새로 만든 T6 커뮤니티센터 안에
커피점, 원형회의실, 강의실 공연장, 전시장 등이 마련된 복합문화 공간이구요.
“다른 것 포기하고 꼭 보아야할 곳이 T5 ‘이야기관’입니다.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하는 과거와 현재의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놓은 역사관이지요."
“제1,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1978년 기지를 만들고, 2000년에 문을 닫은 곳.
이곳에 비축한 석유량은 27만 배럴(휘발유 1만, 등유 11만, 경유 15만).
총 석유 저축량은 6천9백만7천 L.“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일상과 심정을 담은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을 울립니다.
아쉬운 건 아래층에 마련된 영상관을 들러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장장한 음악소리와 함께 360도 범프로잭트로 상영되는 영상이 볼만했는데....
15분마다 상영하는 4분짜리입니다만.
여유롭게 음식점으로 발길 옮깁니다.
신의주찹쌀순대 전문 홍보석.
‘환사모 환영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눈길을 끄네요..
이곳 점장님이 만들어 주신 ‘고객 배려’의 상징이지요만.
순대전골에 오소리감투볶음이 곁들여 나왔습니다.
올 한 해도 오늘처럼 늘 건강하시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아
“우리 모두 건강“으로 했습니다.
다음 주(1월28일) 제 506회 주말걷기 안내를 맡으신
안철주 회원님께 한사모기를 인계하였습니다.
다음 주말걷기는 1호선 '신길역' 2번 출구에서 모여
한강공원길을 걷는다는 안내 말씀이 있었습니다.
[편집자 추기]매서운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추위와 감기로 인하여 무리하지는 않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또한 땀 흘리면서도 피곤한 내색 하지 않고 예쁜 사진 만들어주신 김소영 님,
많이많이 고맙습니다. 큰 축복 받으세요.
이경환 회장님께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한사모 운영을 위해
흔쾌히 봉사활동을 다시 맡은 정정균, 이복주 부회장님과
새로 사무국장의 일을 맡으신 김재광 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업무를 분담하여 한사모 운영을 활성화 시키고자 하여
새롭게 선임된 신원영, 이성동, 엄명애, 이규선 운영위원님을 소개하며
회원님들의 큰 협조와 지원을 부탁하였습니다.
회원들 약속이나 한것처럼 모두 ‘더할 나위 없는 베스트 인선’이라며
큰 박수로 격려했습니다.
먼 곳까지 오시느라 애쓰시고 성에 차지 않는 문화비축기지 둘러보면서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큰절 올립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소서.
-<추억이 묻어나는 Clas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