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언덕
그 넓은 곳을 하나 하나 살펴보려면 하루 이틀 날밤 세워도 모자랍니다.
시간 절약을 위해 정원 전체를 볼 수 있는 봉화언덕으로 올라갑니다.
호수 한가운데에 떠있는 산 언덕이 마치 왕릉처럼 보입니다.
두 사람이 겨우 다닐만한 길.
나선형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저 높은 고지'를 향해 올라갑니다.
발 무겁고, 숨 차고, 땀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함수곤 전 대표님을 부축하며 걷는 진풍길 님의 모습이
사뭇 자상해 보입니다.
함 대표님 또한 힘차게 열심히 사쁜 가쁜 잘도 걸으십니다.
함 대표님 만세
꼭대기에 마련된 쉼터 돌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돌립니다.
인제언덕, 해룡언덕 앵무언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안내판에는 찰스쟁스라는 영국 건축가가 설계 조성했는데
순천지역의 도심과 자연을 제대로 형상화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구 도시와 신 도심의 소통을 의미하고
다리는 동천과 순천만습지를 뜻한다나요?
생각 같아선 마냥 눌러앉아 눈호강하련만 어쩌겠는지요?
머나 먼 서울에선 '그녀'가 상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쉬운 발길 돌릴밖에요.
꿈의 다리로 가는 길
잘 가꿔진 꽃밭에 피어있는 노란 튤립, 빨간 튤립이며 제비꽃,
팬지 따위가 살짜쿵 이야기 하자며 꽃향기를 바람결에 전해옵니다.
언제쯤이면 꽃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을는지요?
물 위에 떠있는 미술관.
강익중 설치미술가가 세계 최초로 만든 작품입니다.
길이 175m.
벽면에 세계 어린이 14만명의 꿈을 담은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그들의 꿈이 20년 30년 뒤쯤에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이제 다시 꽃들의 향연 속으로 빨려들게 되겠지요.
철쭉정원
철쭉공원으로 가는 길은 울긋불긋 온통 꽃들의 경연장입니다.
향기 진해 코는 이미 마비 상태. 하지만 아름다움을 간직하려는 마음은
할매라고 메말랐을까? 대열에서 이탈했다는 것쯤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찰칵 찰칵 꽃들과 눈인사 하기에 바쁩니다.
나무 데크길 따라 산으로 오릅니다. 철쭉으로 유명한 고장 순천.
국내 생산의 70%를 재배한다니 순천시꽃을 철쭉으로 한건 당연한 일일 터.
전국 제1의 철쭉 생산지답게 희귀 철쭉 100여종이 심어져 있다는 이 정원은
박람회장을 찾는 관람객을 환영하는 순천의 마음을 담고 있답니다.
무거운 발걸음 옳기며 씩씩거리는데 ‘힘내세요’ 하며
심성 곱고, 베풀기 좋아하는 손귀연 님이
비타민 한봉지를 주시고 가십니다. 비타그란C 플러스.
어찌나 고맙던지 가슴 뭉클 눈물 한방울 살짝 흘릴뻔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철쭉공원 정상
수목원전망지에서 잠시 땀을 닦습니다.
계절을 분명 봄이거만 날씨는 어느새 여름입니다.
주변에는 온통 소나무 편백나무가 둘러서 있습니다.
꽃밭에서 꽃보다 더 예쁜 할망들이
꽃과 함께 꽃향기 맡으며 한몸이 됩니다.
옷 색깔도 꽃 색깔도 마음 색깔도
그리고 바람의 색깔도 틀리지 않습니다.
산 아래로 멀리 순천시도 보이고 동천도 보입니다.
박람회장은 코앞입니다.
한국정원
우리 선조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는 게 한국 건축의 특징이겠습니다만
단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전형적인 한국정원임이 분명합니다.
제대로된 한국건축양식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겠습니다.
너무 정갈하고 깨끗해서 오히려
투박함만 못한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만
전통문화의 가치만은 그대로 전달될 듯 합니다.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도 쉬고 뜻도 있고 청도 있지요”
돌 시비에 새겨진 이은상 님의 시를 읊으면서
지금까지 나무에게 함부로 대한 잘못을 반성해 봅니다.
식당으로 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합니다.
짱뚱어탕집
아무리 좋은 구경거리라도 배 고프면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지금껏 좋은 구경하고 걸었으니 또 다른 다음을 위해 힘을 보충해야 할 터.
짱뚱어탕이 전문이라는 식당 ‘갈대정원’으로 들어가 다리를 쭉 뻤습니다.
아침부터 2만 걸음 걷는데 3시간 10분 쯤 걸렸다는 이창조 님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거리 약 14km.
그 무거운 고급양주 들고 오셨던 이흥주 고문님이 먼 거리 여행한 회원님들
끝까지 아무 탈 없기를 바란다는 건배사를 해주셨습니다,
이제 먹는 일만 남았습니다.
남보다 한숟갈 더 먹고 술 한잔 더 마시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합니다.
짱뚱어는 전남지방, 특히 순천과 벌교의 특산이랍니다.
또한 순천짱뚱어탕은 향토 음식이어서 순천에 오면
한번 쯤은 먹어야 한다고 할만큼 유명한 먹거리라지요?
탕 안에 짱뚱어는 보이지 않지만 사진만으로는 망둥어 같아 보입니다.
맛 또한 추어탕 비슷했습니다. 산초나 다진 청양고추 넣고 싶었으나
그 또한 상에 없어서 그냥 그렇게 먹는 것으로 알고 먹었지요.
평소 재미있는 말씀 잘하시는 주재남 고문님이
“짱뚱어는 남자에게 좋은 것이여” 하시며 많이 먹으라고 독려하십니다.
그런 때문일까요?
불끈 솟는 힘 주체할 길 없으니 그 힘 어떻게 처리해야 한담?
함수곤 윤종영 박찬도 이달희 임병춘 님이 앉은 식탁에 술병이 모입니다.
모두들 그분들이 애주가라는 걸 알고 있던 터.
어림짐작으로 순천생탁 막걸리병이 10개쯤 돼 보입니다.
자리에서 일어서야 할 즈음에 윤종영 고문님이
“짱뚱어탕이 맛있어 술 안주로 먹느라 밥을 못먹었다” 며
주인에게 안주거리 부탁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준비한 음식이 동이 난 탓이지요.
버스 안에서 늘 조용하시고 다소곳한 이규선 님이 다크초컬릿을 나눠주시며
“예쁜 사람에겐 2알, 미운사람에겐 주지말라”고 하셨다는
소정자 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나는 분명 2알을 받았으니 미운털 박히지 않았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대박.
<다음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