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일대에 오니 서울지역과는 달리 풀이 파랗게 자랐고
나뭇잎이 제법 연두색의 예쁜 모습을 드러내 온통 아름답게 보였다.
송광사 앞 주차장에 주차하고 미리 예약된
벌교식당(010-6367-2308)에서 꼬막정식으로 점심을 했다.
음식은 역시 남도를 따라갈 곳이 없다.
건배사는 함수곤 전 대표와 김소영 회원이 합작으로 멋지게 했다.
"얼씨구, 좋다. 한사모, 좋다."를 화답하며
맛있는 꼬막정식을 안주로 장대희 회원이 갖고 온
남원 막걸리에 흠뻑 취해 보았다.
점심 후 휴식 없이 산보하는 마음으로 송광사를 향해 걸어갔다.
신라 말에 창건된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 사찰 중에 승보사찰답게 규모도 컸고
절 입구에는 템플스테이를 위한
화강암으로 치장한 멋진 기와집도 몇 채나 있었다.
국보 3점, 수많은 보물과 문화재가 있는
송광사는 대단한 사찰임에 틀림없다.
송광사는 16국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하여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로 꼽히는 천년고찰로 사적 제506호로 지정되어 있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터인데
승보사찰 외에 내게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비사리구시라 부르는 밥통이다.
쌀 7가마로 지은 4천명분의 밥을 담을 수 있다고 하니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한다.
송광사의 3대 명물 중 으뜸이라 하니
사람들의 마음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만든 때(1724년)와 용도가 분명한 밥그릇이
지금까지 보관상태가 좋은 것도 대단한 일이다.
송광사의 3대 명물은 법당에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때 사용하는
용기인 '능견난사', 천자암에 있는 곱향나무 두 그루인 '쌍향수',
그리고 밥을 저장했던 목조용기 '비사리구시' 등 세 가지라 한다.
두 시간 동안 경내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벚꽃이 다 떨어져 볼 수가 없는 줄로 생각했는데
송광사의 겹벚꽃이 탐스럽게 웃으며
우리 일행을 환하게 맞이해 주었다.
이어서 일행은 버스를 타고 선암사로 이동했다.
선암사는 신라 진흥왕 3년(542년) 아도가 창건하였다 하기도 하고
헌강왕 5년(875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도 한다.
선암사는 태고종 총림으로 고색의 기품이 서려있다.
조계종의 송광사와 오랜 분쟁에서 밀리는 통에
인위적인 개발이 덜 되어 이 점이 오히려
많은 중생의 사랑을 받는다고도 한다.
입구에 2개의 홍교가 있는데
이는 현세와 선계를 구분하는 상징이라 한다.
두 번째 홍교는 보물 400호로 승선교라 부르는 무지개 돌다리이다.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아름다운 돌다리로 유명한데
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다.
선암사 대웅전 가기 전에 있는 해우소는 옛 모양 그대로이고
대웅전 뒤편에는 지금도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매화는 계절적으로 이미 진 후이지만
선암사 청매화는 한국의 4대 매화 중에 으뜸이라고 한다.
매화가 진 대웅전 뒤편에는
영산홍이 꽃망울을 잔뜩 부풀리고 있었고
그 사이로 아직도 붉은 동백꽃이 드물게 달려있었다.
오늘 한사모 회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이들 주먹만 한 꽃송이가 탐스럽게 피어있는 겹벚꽃이었다.
짙은 분홍빛이라 해야 할까 옅은 팥죽색이라 해야 할지,
적당히 낮은 키로 군락을 이루어 만개한 이 겹벚꽃 속에서
누구랄 것도 없이 회원님들은 사진 찍기에 바빴다.
나도 사진을 몇 사람 찍어드리며
그래도 꽃보다는 사람이 더 예쁘다는 말을 속절없이 했다.
이처럼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게 보이는 겹벚꽃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내려오는 길에 선암사 바로 아래에 다원이 있었고
그 앞에는 차 체험관이란 현판이 있었다.
이 현판은 아니지만 추사가 당대 최고의 차가
이곳에 있다고 해서 편액까지 써준 적이 있다고 한다.
템풀스테이라도 하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향기가 입안에 가득하고 정신까지 맑아짐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암사 주차장에서 작은 돌다리를 하나 건너자
길상식당(010-3622-0100)이 있는데
이곳에서 더덕정식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25가지 반찬이 나왔는데 나물, 씀바귀, 생선 등 모두 맛있었는데
더덕은 맛있게 먹기는 했어도 기대에는 살짝 못 미쳤다.
반주 때의 건배사는 윤종영 고문께서 한사모를 넣어서 해 주셨다.
식사 후 버스로 이동하여 순천 시내에 있는 유심천호텔에 갔다.
18일과 19일 이틀 밤을 같은 숙소에서 지내게 되어 편리하다.
24시간 운영되는 사우나에 가서
송광사와 선암사에서 청정한 마음을 만들고
아름다운 꽃으로 향기를 흠뻑 더한 정신에 못지않게
청결한 몸을 만들었다.
내일 오전에는 동천을 걸어서 순천만 국가정원에 가보고
오후에는 갈대로 유명한 습지와 바다를 바라보며
무르익어 가는 인생의 기상을 드높여 볼 것이다.
너무 멋진 하루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송광사에서 선암사까지 6.7km되는 천년불심길을
꼭 걸어야 한다는 즐거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