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내린비로 가로수의 낙엽이 한꺼번에 떨어져 수북히 쌓인 길엔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깁니다.
서울 특별시와 경기도의 경계를 넘으니 100만 행복 도시,
600년 문화 도시 '고양'이라는 현판을 만납니다.
거의 매일같이 지나는 길이라 다른 지역임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우리 동네가 서쪽 끝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서오릉과 벌고개 이야기'라는 전설을 읽으면서
서오릉 건널목을 지납니다.
서오릉 정문에 이르자 조선 왕릉 세계유산이라는 안내 비문이
서오릉이라는 비석과 함께 나란히 서 있습니다.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은
문화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후손에게 물려주었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세계 일등국가를 이룩하여
선조들이 이룩한 문화유산을 계승하였습니다.
중간에 합류한 회원이 있어서
다시 한 번 인원을 확인하고 산책길에 나섭니다.
가을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는 듯
아직도 군데 군데 남아있는 단풍잎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우리를 반겨줍니다.
명종의 아들로 7세 때 세자로 책봉되었으나
왕이 되지 못하고 13세에 세상을 떠난 순회세자와
세자빈이 되었으나 왕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왕비가 되지 못한
공희빈이 애처러이 나란히 누워 있는 순창원을 지납니다.
낙엽이 많이 쌓여 푹신한 감각을 즐기며 한참을 걸어 오니
조그맣고 약간 초라한 대빈묘에 이릅니다.
평민으로 후궁이 되어 경종을 낳자 희빈이 된 여인.
기사환국으로 인현왕후가 폐위 되자 왕비로 책봉 되었다가
갑술환국 때 다시 희빈으로 강등.
인현왕후 사후 그를 무고한 죄로 사사되어 세상을 떠난 후,
경종이 왕위에 오른 다음 옥산부대빈으로 추존된,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으로 역사의 중심에 선 여인..
평범한 인간이 권력의 정점에서 세상을 호령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그녀의 일생은 권력과 부귀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습니다.
릉도 아니고 원도 아닌 초라한 묘 뒤에 바위를 뚫고 나무가 자란 모습에서
호사가들은 그녀의 억센 기를 누르기 위해 바위로 눌러 놓았다지만
바위까지도 뚫은 여인의 원한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켜켜이 쌓인 낙엽이 양탄자처럼 부드러운데도
고개를 넘는 발길은 무겁기만 합니다.
서어나무 산책길을 구비구비 돌아 홍릉에 이르러
한숨을 돌리고 달콤한 휴식을 가졌습니다.
숙종의 아들 연잉군(영조)과 가례를 올린 정성왕후의 능으로
경종이 세상을 뜨고 영조가 왕위에 오르자 왕비가 되었습니다.
평생 숙종과 경종의 왕비를 극진히 모시며 내명부를 지킨
모범적인 왕비로 조선시대의 내명부의 귀감이 된 왕비입니다.
마땅한 계단이 없어 정자각을 배경으로 오늘의 인증 사진을 찰칵!
그런데 배경이 자연스러워 오히려 더 좋아 보입니다.
고영수, 김민종, 김창석, 박동진, 박찬도, 박화서, 심상석, 안철주, 윤봉수,
이경환, 이성동, 이영균, 이흥주, 장주익, 임병춘, 정전택, 함수곤, 허필수,
나병숙, 노은자, 송군자, 안명희, 윤삼가, 윤정아, 윤현희, 최경숙,
김용만.이규선, 신원영.손귀연, 윤종영.홍종남, 이달희.박정임, 이창조.정광자,
전한준.유상실, 진풍길.소정자, 황금철.한숙이 (42 명)
푹신한 잔디에 앉아 간식도 먹고,
박화서표 인절미와 김창석 까페의 위스키티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로
우린 이제 미안함도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사모의 또 하나의 전통 처럼 되었나 봅니다.
오랫만에 나오신 이성동 회원님이 가져오신 순무가 별미입니다.
어느새 벌써 날이 어두워지는 기미에
깜짝 놀라 갈길을 재촉합니다.
"아이구 정말 힘듭니다."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 고개마루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은평의 역사 지식이 해박한 신원영 회원님의 역사해설과 함께
가을 노래 몇 곡으로 흥을 돋구었습니다.
짧은 해를 의식하여 좀 짧은 코스를 택하는 순발력을 발휘해야 했는데
긴 코스를 도는 바람에 일부 회원들은 너무 힘들었고
캄캄한 길을 걷게 된데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론 좀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되겠다는 자성을 하면서
6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늘 건배사는 원래 "주말걷기 즐기면 청춘이 된다" 는
주제가의 가사가 갑작스럽게 생각이 나지 않아서
"주말걷기 힘쓰면 청춘이 된다"로 개사하여
또 한번의 웃음거리를 제공하였습니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음식은 약속대로 정성껏 차려졌고
사장님의 친절까지 더하여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다음주 제409회 주말걷기 안내를 맡으신
전한준 회원님께 한사모 깃발을 인계하였습니다.
다음 주(11월 22일, 오후 2시30분)에는 지하철 9호선
가양역 3번 출구(지하)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가양역에는 "급행"이 정차합니다.
식당 건너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귀가를 서두르시는
회원님들을 다 가실 때까지 배웅하였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