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내가 정리되자 평화누리길 걷기를 계획하고 답사 후 추진하시는
김태종 회장님의 인사말씀과 이석용 주말걷기단장님의
길 안내와 사회로 참가회원님들의 소감을 듣다보니,
지난 4월 걷기의 마지막 지점이며 오늘 걷기의 출발지인
연천 숭의전까지 104Km를 2시간 걸려 10시에 도착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예를 갖추어 들어가야 하는 홍살문과
말에서 내려야 하는 하마비를 지나니 숭의전이
가을 햇살을 쬐며 우리를 기다립니다.
숭의전은 고려 태조 왕건과 나라를 부흥시킨 헌종, 문종, 원종의
네 분의 왕과 고려 충신 16명의 위패를 모시고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대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 숭의전은 고려시대 옛 왕조의 영광과 고려왕조를
사모한 충절이 깃든 곳입니다.
지금의 모습은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전각을 복원하였으며
왕씨 후손들이 심었다는 55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숭의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도보 하기 전의 필수과제인 몸풀기를
박찬도 고문님을 따라 열심히 합니다.
힘찬 구령과 절도있는 몸동작은
박찬도 고문님의 전공과목이 국어과라는 게 의심나게 합니다.
만약 미리 업무를 신청하라고 했다면 걷기 후에 머리 아픈 후기작성이 아닌,
단순히 몸풀기 몇 번으로 이틀을 홀가분하게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제가 준비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꾀를 부린 게 부끄럽네요.
그래도 매일 새벽 6시에 공원에 나가 기구운동과 함께
국민체조를 하는 것은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단체사진 촬영에 알맞는 층계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나면
본격적인 도보의 시작입니다.
오늘 걸을 길에 대한 안내와 주의사항을 자상하게 일러주시는
이경환 부회장님과 이석용 걷기단장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대로 따라야합니다.
질서는 편하고 아름다우며 또한 안전합니다.
그래서 두 방 친구가 한 반을 이루어 줄지어 걷기로 합니다.
여학생이 1, 2, 3반이고 남학생이 5, 6반입니다.
저는 연령상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반장을 자청했는데
능력이 뛰어나신 신애자 회원님께 밀려났지요.
참으로 든든하신 우리 2반 반장님이십니다.
앞장 이석용 단장님의 깃발이 숲길을 향합니다.
여학생반 1, 2, 3반 뒤에 남학생반 5, 6반 순서로
평화누리길 안내표지를 따라 갑니다.
나무로 선 안내판도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파랑과 주황의
안내띠도 모두 친절하게 갈 길을 알려줍니다.
고개마루에 올라서서 심호흡을 해 봅니다.
사진촬영 봉사로 바쁘신 김민종 사진위원님,
남을 위한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힘들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산길입니다.
가파른 길이라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우리들에게 여기만 지나면
쉬운 길이라며 안심제를 주시는 이경환 부회장님의 말씀을 믿어야지요.
첫번째 쉼터 잠두봉 전망대에서 한 숨을 돌립니다.
눈 아래에는 임진강 말없이 흐르고
발 밑에 떨어진 낙엽은 육산의 이불이 되어줍니다.
잠시의 휴식은 다음 길을 위한 밑거름입니다.
잠두봉을 지나고 나니 평탄하고 멋진 낙엽길입니다.
가을철 산행이 위험한 이유는 낙엽 쌓인 길 때문이기도 합니다.
낙엽 밑의 땅이 어떤 형세를 하고 숨어 있는지 모르기도 하고
물끼 머금은 낙엽은 미끄러지기 십상입니다.
늙은 남자를 빗대어 비에 젖은 낙엽과 같은 신세라고 한다는데
우리 한사모의 멋있는 남자들은 해당 사항이 아니지요.
아내에게 딱 붙어서 사는 머저리 남편을
비로 쓸어도 땅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낙엽에 빗대어 하는
일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쉬었으면 또 가야합니다. 올라왔더니 이젠 내려가야 하네요.
그런데 이 길을 혼자 걸어 가라고 하면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함께 마음을 모우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할 수 있는 법,
먼 길을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라 하지요.
우리들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이기에 힘들고
어려운 길도 갈 수 있는 것입니다.
10시 30분, 초대 숭의전사 왕순례의 묘를 지나니 큰 찻길 숭의전로가 나옵니다.
아미교를 지나니 마전삼거리 입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 동이리 방향으로 돌아야합니다.
아직도 이지역 전쟁의 기미를 보니 몸이 오싹해집니다.
탱크저지 벽이 온 몸을 긴장시킵니다.
연천 당포성은 입구에서 500m쯤 삼화교 우측 둔덕에 있습니다.
연천의 호로고루, 은대리성과 함께 몇 안되는 고구려의 성입니다.
강을 건널 수 있는 여울목에 터를 잡아
임진강 남쪽 백제와 신라의 공격을 방어하고자 쌓은 것으로
고구려의 매우 전략적 요충지라고 합니다.
무수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수 없는, 너무나도 평온한 곳입니다.
전망대에 오르자 임진강 너머 파주와 동두천의
산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사모의 보배학자이신 윤종영 고문님의 해설을 듣고 나니
이 지역의 특수성을 이해할 듯 합니다.
전국 어떤 유적지라도 역사적인 조명으로 막힘없이 해설해 주시는
윤고문님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퍽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성 위에서 반별로 모여 1박 2일의 추억 앨범을 만듭니다.
행사진행 요원들이 많아서 셋이서 걸었다는
6반의 미남들이십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1반 미녀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직도 젊다는 증거입니다.
새로 등장한 정미숙 님이 큰언니들의 모습을
예쁘게 담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멋 있을까 하고 포즈를 취해봅니다.
젊어서 부러움 받는 3반 미녀들,
언제나 푸근한 사랑 베푸시는 5반 미남들,
그런데 미소는 다 어디 갔을까요?
당포성에서 배움의 덕목을 이수했으니
다음 일정을 위해 내려옵니다.
군기반장으로 변하신 이석용 단장님의 말씀을 잘 따르는
우리 한사모 걷기회원들입니다.
여유있게 당포성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11시 30분,
자동차로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할 시각입니다.
강마을 매운탕집에선 잡어매운탕 끓는 냄새가 군침 돌게 합니다.
걸으며 쉴 때마다 간식으로 배를 채웠건만
지금까지 굶은 사람 같습니다.
"한사모는 - 한가족!!"
함수곤 전 대표님의 건배사가 멋집니다.
식사 후 휴식 시간,
주변 둘러보기와 담소로 여유롭습니다.
13시 30분, 이제 오후 일정으로 군남홍수조절지 방향으로의 출발입니다.
오후 걷기는 남학생이 먼저 걷기로 합니다. 이석용 단장님은
줄 세우기에 바쁘십니다.
자동차로 이동하여 동이리 주상절리를 보려던 것을 생략하고
바로 고구려 보루 숲길을 가기 위해 임진대교쪽을
향해 갈 제방길로 오릅니다.
처음 시작부터 뒤에서 우리 회원들을 보살피며
묵묵히 걸으시는 고영수 님의 침착한 자세는 여전하십니다.
성질 급한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려운 일을 해 주시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시멘트 길이긴 하지만 왼쪽의 시골마을과
오른쪽의 강을 보며 걷는 것도 심심치 않아 좋습니다.
점심으로 먹은 매운탕의 물고기가 여기서 난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러나 어부의 차림새가 재첩이나 다슬기를 잡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등 배수펌프장이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곧 임진강 고구려 보루 숲길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강변 산책길을 조심스레 올라가니 연천 무등리 2보루입니다.
힘든 다리가 성내기 전에 달래 주어야 합니다.
풀숲이 포근합니다.
추울거라는 예보는 빗나가서 바람없는 따스한 봄날 같은 날씨입니다.
모두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입니다.
김운자 님이 힘내어 걸으라며 남편 주재남 고문님 편으로
보내주신 초콜렛은 사랑이 담겨서 더욱 달콤합니다.
감사합니다.
초콜렛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니 노랫소리가 더 큽니다.
김창석 님의 하모니커 반주에 맞추어 흥겹게 노래합니다.
옆에서 추임새로 흥을 돋우는 신원영 님 덕분에 더욱 신이 납니다.
두 분, 환상의 짝꿍이십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초연히 쓸고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녁에~~"
"이제야 제대로 맞는 노래를 불러보누먼"
함대표님의 흡족하신 표정입니다. 비목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지금 이 곳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이지요.
"친구들아 절대로 결석 말아라~
~주말걷기 즐기면 청춘이 된다."
로 마무리 하고 엉덩이를 털고 일어섭니다.
이 노랫말처럼 우리 한사모에게 가장 적절한 말이 또 있을까요?
오르락 내리락 또 낙엽길의 대장정입니다.
바스락, 바스락 ...
종일 낙엽 밟는 소리로 가득찹니다.
오늘 하루 밟은 낙엽은 평생 밟은 것 보다 더 많다는
감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아무리 밟아도 싫지 않는 낙엽길입니다.
의술로 감당하지 못하는 병을 자연은 치료해 준다고 합니다.
하늘, 땅, 강, 바람, 낙엽소리...
오늘은 낙엽 밟는 소리로 심신을 힐링합니다.
참으로 고마운 자연입니다.
놀멍 쉬멍이 아니고 쉬멍 가멍입니다.
낙엽길은 깔개도 필요 없습니다. 앉으면 그 곳이 내 자리가 됩니다.
이번 길은 마음씨 넉넉한 시골 여인네의 마음 같아서
그리 서두를 것도 아닙니다.
발에 물집이 생기도록 힘든 길을 걸어 온 우리들에겐
이런 낙엽길은 식은 죽먹기입니다.
쉬는 시간이면 저절로 시작되는 하모니커 소리에
자동으로 나오는 노랫소리,
잠시 아름다운 동화의 세계로 날아갑니다. 노랫말이 아름다운 동요는
우리 모두를 아름다운 천상의 나라로 인도합니다.
달콤한 휴식 뒤에 찾아온 마지막 길,
비록 낙엽길이긴 하지만 내리막 경사진 길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등산용 스틱 대신 현지조달한 나무 지팡가 제 몫을 합니다.
두 분이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여 걷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힘든 비탈길을 벗어나서 모처럼 평평한 넓은 길을 걸으니 새롭습니다.
걷기의 달인이신 정전택 님의 늠름하신 모습은
그야말로 청춘이십니다.
허필수 전 회장님도 이경환 부회장님도 이달희 고문님도
부럽도록 젊으십니다.
기분나게 차 한잔 하고 가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나
그림의 떡인 허브빌리지의 멋진 건물을 쳐다보며
주차장에 대기중인 버스에 오릅니다.
비록 낙엽지고 어두워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풍광이 아름다운 길을 보아야 한다며 멀고 험한 구불길인,
일명 여우길을 택하신 이경환 부회장님, 베품의 마음 가득하십니다.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써 주시어 감사합니다.
갈비로 유명한 포천,
그 중에서도 김미자 할머니가 원조라는 포천 이동 갈비집에서
거하게 갈비로 저녁식사를 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넓은 식사장소를 우리 한사모만이
이용할 수 있음이 더 마음에 듭니다.
식사 후 여흥으로 각 반 반장님들의 인사와 장끼로
즐거움을 선사해 주어 하루 종일 걸은 피로를 다 풀어줍니다.
1반의 송군자 반장님, 2반의 신애자반장님,
3반의 이순애반장님 , 5반의 이달희반장님,
6반의 허필수반장님,
오늘 하루 10명의 반원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산정호수 옆 한화콘도의 숙소에
도착하니 7시30분,
피부에 좋다는 중탄산나트륨 온천을
저녁과 새벽 두 차례로 즐기면 좋다는 안내가 마냥 고맙습니다.
5인 1실로 배정된 방에 들어
푹 쉬어야 내일 하루도 건강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밤새 안녕을 빕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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