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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9회 '교과서의 날' 기념 학술 심포지엄 인사말 본문
인사말씀
교육부의 본질적인 기능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2014년 제9회 ‘교과서의 날’ 기념 학술 심포지엄은 ‘교육과정과 교과서 편수행정의 전문화 및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전설로 추앙 받고 있는 함수곤 교수님이 직접 주제 발표를 하게 되어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처럼 귀한 주제 발표를 하시는 함수곤 교수님은 1978년부터 2006년까지 교육부 교육과정담당관, 편수관리관,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시면서 초․중등학교와 유치원 및 특수학교의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개선, 교원 연수에 헌신하여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커다란 공적을 남기셨고,
특히, 1990년부터 추진된 제6차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국가, 지역, 단위학교가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역할을 분담하는 체제를 확립하여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 교육으로 바꾸어 나가는 획기적인 정책변화를 이루기도 한 바 있었습니다.
또한 1991년에는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를 창립하여 전․현직 편수 가족의 친목과 연구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편수인의 긍지와 명예를 드높이기도 하여 작년(2013년) 3월 15일, 우리 연구회의 정기총회 날에는 전 회원의 뜻을 모아 “자랑스러운 편수인 상”을 함 교수님께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여러 가지 업무로 매우 분주하신데도 불구하고 의미 깊은 이번 심포지엄의 토론에 흔쾌히 참여해 주신 전 경복고등학교 김영일 교장선생님, 미래문화연구소의 김정호 박사님, 그리고 현재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에서 교육과정 개선 업무를 총괄하고 계신 김헌수 장학관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금년 초 전임 서남수 교육부장관 재직 시에 최근의 역사 교과서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부에 편수 업무 담당 부서를 강화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야 교육부의 본질적인 업무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 같아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서만 만들어 준다고 교육과정 중심의 편수 행정이 되살아나고 질 높은 좋은 교과서가 과연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교육과정 정책이나 교과서 편수 행정을 다루기 위해서는 고도의 숙련된 전문적인 인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이 당연히 뒤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교육부의 편수 업무는 교육과정 개선과 교과서 편찬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교육과정의 총론과 각 교과에 관한 고도의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연구, 개발, 심의, 조정 등의 일을 다루게 됩니다.
특히 오늘날의 교과서에는 과거처럼 단순하고 평면적인 지식이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종합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지식을 찾고, 새로운 지식을 생성해 보는 활동 중심의 지식들이 들어 있습니다. 또한 요즈음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가치 있는 지식을 많이 외우도록 잘 설명해 주는 일에 힘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고력, 창의력, 비판력, 판단력 등 고등 정신 기능을 가지고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에 담겨져 있는 교육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학습자료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정신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만들어집니다. 교육과정에는 어떤 사람을 기르고자 하는지, 초․중등학교 급별로 교육목표와 교육중점은 무엇인지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과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기 위하여 국어, 수학, 과학, 사회 등과 같은 각 교과별로 교과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평가에 대한 것이 교과서에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에는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고, 친절하며, 활용하기에 편리한 좋은 교과서를 만들 것인가’를 연구하고 편찬하는 전문적인 편수담당자가 각 교과별로 있는 것이고 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과거 교육부에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지독히도 사랑하는 일을 함께 하였던 동료 편수관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지음의 교과서 편수 업무 담당자들은 무엇을 하길 래 교과서가 수정, 보완해야 할 곳이 너무나 많아도 직권 수정도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우리의 교과서가 역사 교과서만 문제이고 다른 교과서는 과연 괜찮은 것인가?
- 국어, 도덕, 수학, 사회, 과학, 외국어, 체육, 음악, 미술, 기술․가정 등 기본적인 교과에서 다른 교과서는 교육내용이 틀린 곳이 없고 고칠 곳이 없는 것인가?
- 그렇다면 교육부에는 기본적인 교과의 편수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며 심의, 조정이나 수정, 보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가?
- 교육부 직제나 그 시행규칙에 과연 교과 담당자의 교과서 연구, 개발과 같은 편수 기능이 분장되어 있는가?
- 예를 들어 국어 교과서에 문제가 생겼다면 교육부에서는 과연 누가 이에 대한 답변을 할 것인가?
-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일이 최종 책임자인 교육부장관이 답변하여야할 것인가?”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현재의 교육부 직제나 그 시행규칙에는 교과 편수 업무 담당자의 교과서 편찬, 수정 등의 기능은 없고, 행정관리 기능만 주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목표를 가지고, 어떠한 교육내용과 방법을 통하여 어떻게 가르치고 이를 평가할 것인가”라고 하는 것은 학교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일입니다. 분명히 교육은 국가경쟁력을 기르는 일입니다. “어떠한 사람을 기를 것인가” 라는 교육과정 행정은 바로 한 나라의 교육경쟁력을 좌우하는 일이기 때문에 국가 수준의 교육내용 기준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입니다.
현재 프랑스,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 국가에서는 교육의 질을 바르게 관리하고, 개선하고, 조정하기 위하여 ‘교육내용에 관한 기준’ (교육과정) 설정권을 국가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교육과정 정책을 다루는 전문적인 인력과 관련 부서를 확대, 보강하고 적극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 일본, 영국 등 선진 국가와 마찬가지로 초․중등학교의 교육목적과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육 내용에 관한 전국 공통의 일반적인 기준을 국가가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기준”이며,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설계도”로서의 중요한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의거하여 교육부 장관이 결정합니다. 따라서 이 교육과정은 우리나라 각 급 학교교육의 교육목표와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평가의 기준이 되며, 이를 바탕으로 학교교육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신 것처럼, 교육부에서 다루고 있는 교육행정, 교육법규, 교육재정․예산․투자, 교원양성․연수․수급, 인력개발, 입시제도, 교육시설․설비 등과 같은 일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공부를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지원관리 기능입니다. 이러한 교육 기능들에 대한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우리 교육의 기본설계도가 되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기준인 것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문부성에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조직과 기구가 과연 어떠한지 살펴보십시오.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100명이 넘는 전문적인 인력과 조직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교육과정(학습지도요령)을 개선하고 교육과정 해설서를 편찬하여 발간, 보급합니다. 그리고 교육과정을 근거로 교과서 집필지침, 검정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며, 교과서 선정. 채택도 엄정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공교육을 되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자질과 국민성을 제대로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행정”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 교육부가 해야 할 본질적인 기능입니다.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공적인 국가 교육과정 정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교육부의 기본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이를 민간단체의 기초연구기능과 혼동하거나 이용하는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민간의 연구기관은 국가의 교육과정 행정을 직접 수행하는 기구가 아닙니다. 단지 국가의 교육과정 정책 결정을 도와주는 기초적인 연구 기능을 담당할 뿐입니다.
교육부의 본질적인 업무가 무엇인가를 바르게 알고 교육과정 중심체제로 하루빨리 확대, 개편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입니다. 그 교육의 기본은 교육과정이기에 공교육을 살리고 국제경쟁력에 이겨 나가기 위해서 교육과정 중심으로 국가가 수행하여야 할 편수행정을 되살리는 동시에 고도의 숙련된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이에 따른 예산 지원을 확충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교과서의 날’ 기념행사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오늘의 행사를 후원하고 지도하여 주신 황우여 교육부장관님, 기념행사에 참여해 주신 김선호 차관님과 박제윤 창의인재정책관님, 기념식과 기념 학술대회 개최 지원 등에 적극 협력해주시고 흔쾌히 공동으로 개최하여 주신 선종근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님,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해마다 특별히 지원해 주시는 이종원 한국검인정교과서 이사장님, 그리고 감사 기간으로 매우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후원하여 주신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장님, 이강욱 교과서기획과장님과 해마다 정성으로 도와주시는 교육부 관계관 여러분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맡은바 업무를 분담하여 이번 기념행사를 원만히 치룰 수 있도록 애써주신 우리 연구회의 박삼서, 노희방, 이화성, 이승표, 이우용, 김대원 등 여섯 분 부회장님과 최병모, 류연수, 김동원 등 세 분 감사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함께 드립니다.
오늘 어려운 시간을 할애하여 이 자리를 빛내주시고 평소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관심이 많으신 모든 교육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것은 바로 교육과정과 교과서입니다.
이제 이 심포지엄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편수행정이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크게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9월 27일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 회장 이 경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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