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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이야기

일월오봉도-2

불꽃緝熙 2012. 7. 6. 16:56

 

일월오봉도 (日月五峯圖)

 

   조선시대 왕의 뒤에는 늘 일월오봉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왕이 행차를 할 때도 왕이 죽은 뒤 왕의 혼백을 모시는 곳에도 심지어 초상화에서도 왕의 뒤에는 늘 일월오봉도가 있었던 것이지요.

 

 

 

 

  궁중에서 기록화를 그릴 때는 왕의 모습을 직접 그리지 못했습니다. 왕의 모습 대신 일월오봉도를 그려서 왕의 존재를 표시했습니다. 왕의 모습을 직접 그리지 않았던 이유는 그림을 본 누군가가 왕의 용안에 흠을 내는 일을 미리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일월오봉도는 왕의 존재를 대신할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그림인 것입니다.

 

  지금도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에 가보면 임금이 앉는 용상의 뒤편에 놓여있는 일월오봉도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월오봉도를 병풍에 그려놓은 것으로 일월오봉병(日月五峯屛)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일월오봉도는 어떤 그림일까요. 이 그림은 상당히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상징화입니다.

 

  그림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그림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해와 달이 나란히 하늘에 걸려있는 것과 다섯 개의 봉우리가 솟아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그림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대칭 구도를 이루고 있는데 양옆에는 소나무, 폭포, 물보라 등이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늘에 해와 달이 동시에 걸려있는 것은 낮과 밤이 공존하는 현상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하늘의 원리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늘의 해와 달은 음과 양을 의미합니다.

 

  음양은 우주를 이루고 지속시키는 두 힘이지요. 또한 해와 달은 자강불식(自强不息)이라는 사자성어를 대표하는 상징물입니다. 자강불식이란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런 자강불식은 군왕의 길이기도 합니다. 왕이라고 해서 결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 수는 없습니다.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주어진 업무를 해야 하며 모든 일정이 질서와 체계 속에서 정확하게 돌아갑니다. 해와 달이 그렇듯이 피곤하다고 쉴 수도 없고 힘들다고 안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군왕의 길이란 뜻입니다.

 

  다섯 개의 봉우리의 의미는 다양한데 오행(五行)을 의미하기도 하고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나타낸 것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동, 서, 남, 북, 중앙이라는 다섯 방향이나 우리나라의 5대 명산을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두 쌍의 소나무는 땅과 하늘을 연결해 주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색깔이 붉은 것은 적송(赤松)으로서 소나무 중에서도 가장 성스럽고 귀하게 생각했던 소나무입니다. 땅 부분도 주목할 만합니다. 구릉이 계속 이어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를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간간이 물이 보이는데 이것은 바로 강과 하천을 상징합니다.

 

  일월오봉도의 하이라이트는 그림 자체로는 미완성된 그림이라는 점입니다. 일월오봉도에는 삼재(三才)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삼재는 우주를 이루는 세 바탕이라는 뜻으로 하늘, 땅, 사람을 가리킵니다. 우주를 이루는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하고 도덕적인 존재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 가운데 덕이 가장 커서 드높아진 존재가 왕입니다. 따라서 왕은 하늘, 땅, 사람을 꿰뚫는 이치를 갖춰야 합니다. 일월오봉도는 위에서부터 3등분으로 나누어져 그려져 있는데 이 각 부분이 바로 삼재(三)를 뜻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 앞에 왕(ㅣ)이 정좌하면 삼재를 관통하는 대우주의 원리(三 +ㅣ= 王)가 완성되고 왕은 비로소 우주의 조화를 완결 짓는 진정한 왕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일월오봉도에는 왕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하늘의 이치를 받들고 인의예지신을 갖추어 부지런하게 만백성의 아버지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좋은 정치를 펼치면 폭포처럼 생명의 기운이 고루 퍼져 온 세상이 풍요로울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덕이 넘치는 나라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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